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바벨(2007.이나리투 감독)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성서에서는 바벨탑이 무산된 이유를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장애 때문이며 이것은 하나님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징벌의 의미로 비유되곤 한다.

영화 '바벨'은 네가지 조각의 이야기가 퀼트처럼 엮여있다. 모로코의 두 형제, 미국인 부부, 일본인 소녀와 아버지, 그리고 멕시코인 가정부와 미국인 아이들간에 일어난 이야기다. 무엇이 이들의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행복과 고통의 항로를 뒤바꾸어 놓았을까. 이 영화에서는 언어상의 문제보다는 정서적 단절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런 단절은 가장 가까운 가족 관계내에서 더 치명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가족 구성원간에 의사소통이나 관계문제가 개인의 심각한 기능장애를 일으킬 때 '관계상의 문제(relational problems)'라는 부가적인 임상적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부모-자녀간의 의사소통장애는 개인에게 심각한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도쿄의 여고생 치에코는 아버지와 심각한 관계상의 문제를 겪으며, 헤어날 수 없는 외로움으로 일탈된 행동에 빠져든다. 술과 엑스터시(마약)에도 손을 대고 성적으로 문란한 선택을 한다.

배우자 간에도 부정적인 의사소통이나 비현실적인 기대와 같은 왜곡된 의사소통은 관계문제를 야기하여, 배우자 중 한사람에게 심각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막여행에 나선 미국인 부부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아들을 잃은 뒤 마음의 문을 닫고 회피적인 남편(브래드 피트)으로 인해 슬픔과 절망감에 빠진 아내(케이트 블란쳇)의 눈물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10대의 불안정한 청소년기의 아슬아슬한 곡예의 시간을 보내던 모로코 사막지방의 두 형제는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여느 10대나 다름없이 반항적이고 성적충동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누나의 알몸을 훔쳐보거나 자위행위를 일삼던 10대의 충동성은 온가족의 파멸을 불러온다.

누구나 모든 정치적 이념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건만, 이 영화에서는 모로코의 형제나 멕시코인 보모의 사랑과 희망은 완전히 앗아가고, 미국인 부부와 일본인 부녀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안겨준다. 바벨탑의 징벌은 인도주의를 비껴가면서 힘의 역학을 관통하는 또다른 고뇌를 안겨주고 있다.

김성미(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