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끼니 해결도 어려운데 수 백만 원을, 그것도 빨리 갚지 않으면 가압류 및 강제경매를 집행한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울진 평해읍에 하는 이모(85) 씨는 요 몇 달 사이 밤 잠을 설치고 있다. 장애인 후원 행사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한 청년이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아들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 수백만 원의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아 고스란히 물어주게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통신기기 판매회사 대행사가 사용료와 연체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가전제품 및 가재도구를 가압류하거나 강제경매하겠다고 통보해 와 노환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 씨의 마음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 씨의 아들 황모(38) 씨가 문제의 청년을 만난 것은 지난 여름. 울진군의 한 장애인 후원회 행사에 갔다 알게 된 것. 자신을 장애인협회 회원이라며 소개하고 접근, 이것저것 챙겨주기에 황 씨는 그저 '고마운 사람'정도로 여겼다는 것. 이후 서로 연락이 닿아 가끔씩 만나게 됐고 황 씨의 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하루는 놀러 와 '아이의 취직을 알아봐 주겠다.'고 해 어찌나 고마운지 커피 값이나 하라며 돈을 10만 원씩이나 줬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돈을 더 요구해 서너차례 더 줬다."고 했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이 청년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작년 10월. 집으로 날아 온 고지서 한 통을 받고 나서다.
아들 명의로 휴대폰이 개통됐고 그 사용료와 기기값 체납료가 무려 240여만 원이나 됐다. 당황한 이 씨는 아들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 보았으나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선명하지 못한 기억을 갖고 있는 아들을 몇날 다그쳐 겨우 알아 낸 것은 몇달 전 인근 마을인 후포에 있는 한 통신기기 판매 대리점에 함께 갔었는데 이 청년이 시키는대로 주민등록증을 주고 서류에 이름을 적기도 했다는 것.
"대리점을 찾아갔었는데 서명 날인을 해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한 눈에 장애인임을 알 수 있었을텐데...휴대폰이 뭔지도 잘 모르는 아이예요."
이 씨로서는 휴대폰 대리점의 세심하지 못한 처사도 불만이다. 하지만 문제는 휴대폰 요금 및 연체료. 이 돈은 이 씨 부자에겐 일년치 생활비와 맞먹는 거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씨는 "우리 아이와 같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이용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법당국에서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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