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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시조산책-조동화 作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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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천의 손을

구름 아래 드리우고

어느 우레로도

깨우지 못할 적막

이 누리 녹슨 건반을

누가 와서 치는가

밖으로 울리기보다

안으로 스미는 음계

凍土(동토) 저 어둠 속에

숨겨진 생명까지

낱낱이 기름을 치네

두루 불을 붙이네

봄비가 겨우내 녹슨 대자연의 건반을 말갛게 닦아 놓았군요. 건반을 두드리는 손길에 생기가 넘칩니다. 튀어오르는 빗방울들이 모두 하나씩의 '!'를 물고 있습니다. 그렇게 온 누리를 떠다니는 은빛의 느낌표들.

어떤 우레로도 깨우지 못할 겨울의 적막. 그러나 그 속에는 봄을 꿈꾸는 음표들이 가득합니다. 견고한 적막의 껍질을 녹여 그 음표들을 불러낼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봄비뿐. 봄비만이 낱낱의 음표들을 온전히 불러 앉힐 신생의 음계를 가진 때문이죠. 아무래도 봄비는 밖으로 울리기보다 안으로 스미는 음악인가 봅니다.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하늘과 땅이 두루 귀를 세웁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기름을 치는가 싶더니, 이내 불을 붙입니다. 바야흐로 물이 불로 바뀌는 뭇 생명의 잔치입니다. 올해도 몇 차례 봄비가 다녀갔습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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