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시가지를 지나 포항 방면으로 2km쯤 가다 보면 고경면 창하리, 배박사 안홍석(59) 씨와 부인 김경연(55) 씨의 용수농원이 나온다.
창하리 마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3천300여 평의 농장에 들어서자 Y자 형태로 거의 누울 듯이 가지를 벌린 배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도 16브릭스(brix)의 배가 열리는 나무다. 일반 배가 대략 9~12브릭스의 수치가 나온다니 용수배는 말 그대로 꿀배다.
안 씨는 지난 1995년 사업을 접은 뒤 배 농사에 뛰어들었다. 과일은 물만 주고 비료만 주면 되는 줄 알았던 그의 첫 농사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를 거울 삼아 배농사 연구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발효퇴비가 과일의 맛과 영양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고 유기농 발효퇴비 연구에 매달렸다. 활엽수 낙엽과 참나무숯, 깻묵, 콩대, 볏짚, 계란껍질 등 10가지를 혼합해서 발효시킨 거름을 만들어 사용했다. 또 해풍을 맞은 과일이 단맛을 낸다는 것을 발견하고 바닷물을 길어와 지하수와 희석해 배나무에 뿌렸다.
다소 엉뚱하다 싶을 정도의 발상도 한몫했다.
더덕을 심은 뒤 바로 옆에 긴 나무 막대기를 꽂아두면 더덕이 더 커지고 많이 생산되는 것을 보고, 배나무를 심은 뒤 옆에다 6m짜리 긴 장대를 꽂아 함께 묶었다. 식물도 키 크기 경쟁을 벌인다는 생각에 경쟁을 유발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거짓말처럼 1년에 4, 5m까지 자랐다. 배나무는 1년에 1, 2m 자라는 게 상식이었다.
이제는 영양생장(키 크는 과정)을 멈추게 하고 생식성장(열매 맺는 과정)이 관건이다. 나무의 주지나 부주지에 3~5군데 톱질해 가지를 Y자 모양으로 유인하는 방법이다. 안 씨는 이 기술로 경북대학교 최고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노동력 최소화를 위해 농업장비와 농기계를 개조하거나 새로 만들었다.
특히 승용차에 앉아서 풀을 깎는 '승용 예초기'와 큰 경운기를 개조한 미니 경운기를 만들어 배나무 사이를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배나무 키에 따라 바퀴를 단 층계식 작업대를 만들어 노동력을 절감했다. 이 농기계들은 실용신안특허를 받았다.
"나는 민간 외교관이지요.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농업 관계자들이 우리 농원을 방문합니다."
안 씨의 농장에는 철마다 외국 농산물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중국은 물론, 농업 선진국인 일본에서 수차례 강의 요청도 받는다.
안 씨는 중국 한의학계에 자문해 대구대학교와 공동으로 배즙도 만들었다.
"기상이 좋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1년 농사를 망치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으면 평생 농사를 망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갖고 판매되는 용수배는 분신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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