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지난 2일 타결된 뒤 정치권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노동당 의원단 및 당직자들이 4일 북한 개성공단 시범사업지구(2만 8천 평)를 찾았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들에 대한 원산지 인정 문제가 한·미 FTA의 현안으로 떠오른데다 지역에서도 (주)서도산업과 (주)평안 등 업체가 자리를 잡고 있어 이번 방문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주)평안은 현재 침구류를 생산 중이며 (주)서도산업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는 업체마다 큰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부분이었다. 인천 남동공단에 본사를 두고, 자동차 및 산업용 폴리우레탄 소재 방진제품을 생산하는 (주)개성대화. 일행을 맞이하고 안내한 라상진 법인장(대표)은 "개성공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원산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사업 확장 여부의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며 "이 문제 때문에 이곳으로 옮겨왔던 일부 부품제조 업체는 다시 인천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이 사실상 우려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원산지를 한국으로 봐줘도 무방할 정도로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이 공장의 한 북한 여성 근로자는 "토요일 오전에도 근무하고 매달 57.5달러(한화 6만 원 정도)를 받는데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이곳에 오면 남녀가 모두 평등하게 일한다."고 웃었다.
이곳 시범 사업지구에서 가동 중인 22개 업체 개성 법인장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시계업체 '로만손'의 오문표 대표는 "개성산 제품의 원산지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모든 입주업체들이 원하고 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찾아간 곳은 개성공업지구 남측 관리위원회. 이곳 역시 FTA 타결 이후 원산지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관리위원회 안태원 투자홍보부장은 "'가능(可能)'에서 '불가(不可)'로 또다시 역외 협상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다시 협의하는 만큼 발전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안 부장은 "개성공단은 2천만 평(공단 800만 평, 배후단지 1천200만 평)으로 엄청난 규모의 남북협력공단"이라며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데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토지공사와 더불어 개성공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주)현대아산 역시 미국과의 원만한 해결로 공단건설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주)현대아산 서예택 총소장은 "남북 경색국면, 한·미 FTA 등 외부 변수에 관계없이 남북경협을 위한 개성공단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국내·국외 중소기업들이 몰려들고 분양이 잘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행을 이끈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배후단지와 개성시내 개발까지 잘 마무리되려면 남북 간의 절대적인 협력체제가 필요하다."며 "개성공단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 공동지대"라고 강조했다.
북측 역시 중앙특구 주동찬 개발총국장을 비롯해 관계자 10여 명이 남측 일행을 맞이하고, 고용창출 등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를 촉구했다. 북측의 최정애(28·여·김일성 종합대학 졸) 책임참사는 "공단이 전부 개발되면 모두 3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다. 북한이 잘 살 수 있으려면 남한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가 좋은 쪽으로 결과가 나오길 기대했다.
한편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내에는 에스제이테크·티에스 정밀·삼덕통상·태성산업·매직 마이크로·신원·재영 솔루텍 등 섬유·제조·전자 관련 20여 개 업체가 가동 중에 있다.
북한 개성공단에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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