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짜 명화

국내외를 막론하고 때때로 미술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 僞作(위작) 소동이다. 눈 감으면 코 베가는 게 아니라 아무리 눈을 화등잔만큼 크게 뜨고 있어도 어느결에 코 베이는 곳이 가짜 미술시장이다. 미술품의 높은 換金(환금) 매력이 '오뉴월 똥파리 꾀듯' 가짜를 들끓게 한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名畵(명화)시장에 나도는 피카소'샤갈'미로 등 유명 화가들의 '한정판' 명화 중 절반 정도는 가짜라고 한다. 단 하나뿐인 원화를 교묘하게 베낀 위작들이 세계 미술시장에 나도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미술시장을 교란시키는 이 가짜들이 최신 컴퓨터 기법에 의해 만들어져 전문가조차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정교하다는 것.

이러다 보니 웃지못할 일들도 적지 않다. 가짜 명화의 세계적 명장(?)으로 알려진 드 호리(1976년 사망)라는 사람의 가짜 작품엔 가짜의 가짜까지 나오고 있고, 노르웨이에선 '가짜'라는 이름의 가짜 명화 전문지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우리 국내에서도 가짜 소동이 꼬리를 물고 있다. 1991년, 千鏡子(천경자) 화백의 '미인도'(1977년작,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위작 사건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작가는 "내 작품이 아니다"고 했고,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진품'이라고 판정한 이해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화랑협회가 한 발 물러섰지만, 그때의 충격으로 작가는 끝내 붓을 내던지고 뉴욕으로 떠나버렸다.

지난 2002년 한국화랑협회의 미술품 감정위원회가 20년간 진위감정을 했던 작품 2천500여 점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0% 정도가 위작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중섭, 박수근,김환기 순으로 위작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판에 이중섭·박수근·천경자·이만익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그림 100여 점을 베껴 유통시킨 미술품 중간 판매상과 위작 화가 등 7명이 지난 3일 경찰에 적발됐다. 알고 보니 40년간 극장 간판을 그린 사람, 길거리서 파는 그림을 그려온 사람들이 아예 공장에서 상품 만들어 내듯 그림을 베껴냈다. 미술시장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미술품 애호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감정전문가 양성과 인증제도 도입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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