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배우 김정은이 피아노를 치면서 부른 '나 항상 그대를'은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이 바로 '꿈결 같은 세상'을 부른 가수 송시현이다. 지난 1986년 MBC 대학학가요제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뒤 수많은 히트곡을 낸 작곡가, 가수, 음악프로듀서로 활약했고, 이제는 뮤지컬 프로듀서와 뮤지컬 제작프로덕션 송뱅크(SongBank)를 운영하는 대표로 '아킬라'라는 뮤지컬 한 편을 들고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제작자로 처음 대중들과 만납니다. 아킬라는 세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그린 창작 뮤지컬입니다. 100% 토종 뮤지컬이죠."
뮤지컬은 그가 작곡가나 가수로 활동하기 전부터 꿈꿔왔던 작업이라고했다. "뮤지컬은 정말 창조적인 예술행위입니다. 맛이 다르다는 얘기죠. 뮤지컬은 곡과 노래가 중심이 돼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에 작곡가로서 음악적 한계를 벗어나 만들 수 있습니다. 작곡을 한 뒤 대본을 만들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뮤지컬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슴이 벅차지 않나요?"
그는 가수로서, 작곡가로서 대중들과 떨어져있는 동안 뮤지컬 청년 장준하를 비롯해 수십 편의 뮤지컬에 참여, 그의 천재성을 담아냈다. 그러면서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다. "한국적인 뮤지컬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뮤지컬이 세계적인 명작들과는 사실 비교되는 부분도 있잖아요. 철저하게 기획단계에서부터 한국적인 뮤지컬이 돼야 합니다."
뮤지컬 '아킬라'는 비언어 연극이지만 음악적 언어가 있는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뮤지컬 '아킬라'는 인류에게 음악은 언어보다 먼저 시작됐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원시시대라는 가상의 공간과 그들이 할 수 있는 소통언어는 아킬라라는 단어가 유일한 그들의 언어란다. 그렇지만 그들은 충분한 감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가수 이선희와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물었다. 히트곡 중 상당수가 그의 작품. 나 항상 그대를,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겨울애상, 사랑이 지는 이 자리, 한바탕 웃음으로, 그리운 나라 등등. 송시현이 만든 곡은 이선희가 불렀을 때 제 맛을 낸다고 한다.
"제 곡이 쉬운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선희씨가 부르면 분위기에 어울리게끔 잘 불러주었죠." 당시에 그가 세상에 내놓은 곡들은 LP판으로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지금 CD판매량으로 계산하면, 1천만 장이 넘는다고들 해요. 작곡가로서 운이 좋았죠."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지만 그는 작곡가로서 끊임없이 자신만의 색을 담은 곡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꿈결 같은 세상'을 부르며 가수로도 성공한 그가 1996년 이후 대중들과 가까운 작곡가보다는 음악가로서 더욱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시련도 있었다. 그가 2집 앨범에 담은 '가야 할 나라'라는 곡이 방송심의위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저항가수라는 그릇된 판정 때문에 방송출연이 금지됐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음악적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회상한다. 그가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을 해놓은 곡만 3천 곡 이상이다. 작곡가로서 음악적 한계에 대해 물었더니 솔직한 답을 했다. "작곡가가 음악적 한계에 부딪히면 자신의 곡도 표절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작곡가로서 영감은 정말 중요합니다. 다행히 게으르지 않게 다른 음악을 내놓을 수 있는 힘을 하느님이 주신 것 같아요."
인터뷰 끝에 그는 다시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뮤지컬은 팀안에서 앙상블을 이루고, 곡을 통해 말을 하고, 표현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번 뮤지컬은 세계 뮤지컬 역사를 다시 쓰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나라를 넘어선 우리 것이 될 겁니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신나니까 꼭 오십시오." 미성의 말투에는 신념이 가득 찬 단단함이 베여있다.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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