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기상대에 걸려 있는 기상청의 캐치프레이즈다. 하늘을 친구 삼아 기상(氣象)을 잘 살펴 국민들에게 정확한 예보를 해야 하는 기상청 직원들에게 딱 어울리는 문구다.
17년 전 기상청에 들어와 7년 전부터 예보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구기상대 예보사 조군석(44) 씨. 예보를 잘하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예보를 제대로 못하면 집중적으로 욕을 먹는 예보사 생활에 누구보다 자긍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날씨 마케팅'이니 하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날씨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황사, 강풍, 쓰나미 등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어 정확한 예보를 위해 기상청 직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조 씨를 포함해 대구기상대 예보사는 5명. 3명은 주간 오전 9시~오후 6시, 야간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로 나눠 3교대로 근무를 하고 두 명은 주간 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주·야간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태풍이나 폭우 등 기상이변이 유달리 밤에 발생할 때가 많아 예보사들은 야간 근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기상대에서 발표하는 기상예보는 하루 네 번. 오전 5시와 11시, 오후 5시와 11시에 예보를 내놓는다. 태풍이 불거나 황사가 몰려오는 등 기상이변이 발생할 때엔 하루 여덟 번까지 늘어난다. 조 씨는 "기상특보를 낼 때엔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근무 강도가 높다."며 3D업종의 하나라고 털어놨다. 황사 등 기상특보를 내놓을 때엔 방송에 출연하고, 기자들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것도 예보사들의 중요한 일이다.
예전보다 기상장비가 첨단화됐지만 예보를 발표하기까지 예보사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는 관측을 맡은 직원들이 직접 기상관측을 했지만 지금은 자동날씨측정시스템(AWS) 등으로 기온이나 풍속 등을 체크하지요. 그러나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예보사들의 몫입니다. 기상예보에서 기계보단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자동날씨측정시스템 등으로 관측한 기상자료와 구름을 찍은 위성사진, 그리고 라디오존데와 레이더 등으로 관측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 예보사들은 기상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라디오존데'(Radio-Sonde)는 고감도 센서를 갖춘 특수재질의 풍선으로 30km 상공까지 상승하면서 기온과 습도, 풍향과 풍속, 기압 등을 꼼꼼히 체크해 지상에 있는 관측소로 전송하는 장비. 대기로 일종의 레이더를 쏘아 공기 입자에 반사되는 결과를 보고 상층의 바람을 분석하는 '윈드프로파일러' 등을 활용해 고층 기상을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들은 기상청 슈퍼컴퓨터로 보내지고, 슈퍼컴퓨터는 열심히 코드를 풀고 연산을 수행해서 그 결과를 온라인망을 통해 전국의 예보관, 예보사들에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기상예보 정확도는 86%로 선진국 수준에 못지 않다. 예보가 맞으면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예보가 빗나갈 때엔 대구기상대 전화는 불이 난다. 다짜고짜 욕부터 하거나 틀린 예보 때문에 장사를 망쳤다고 화를 내는 등 항의전화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기상예보를 잘 해줘 행사를 잘 치렀다."는 등 고마움을 전해오는 시민 전화도 있어 예보사들에게 힘이 된다는 게 조 씨의 귀띔.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맥이 많아 폭우 등 국지적 기상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기상현상의 경우 관측장비도 때때로 놓치기도 해 예보사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범세계적인 기상 이변 역시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해 1월부터 대구기상대에 근무하는 조 씨는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폭우 등 악기상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예보는 시민생활과 직결돼 있다."며 "정확한 기상정보에 대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수치예보 모델 개발과 전문적인 예보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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