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 지우개]헤어진 애인 결혼소식 "두렵고 암담"

*고민있어요

장래를 약속했던 남자친구와 헤어 진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일도 손에 안잡히고, 만사가 시큰둥하며 의욕없이 지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곧 결혼을 할 것이란 소문을 지인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나만 바보같이 아직도 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그 없는 홀로서기도 두렵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연인과의 헤어짐으로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더구나 이런 시기에 그의 결혼소식까지 접한다면 더 속상하시겠지요.

우리는 길지 않은 삶 속에서 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잉태되어 열 달을 견디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겪는 탯줄과의 최초의 이별을 시작으로 간니가 나기 전에 일찌감치 지붕위로 던져지는 젖니와의 헤어짐도 있고, 학교를 졸업하면서맞닥드리는 헤어짐도 있지요. 그로 인한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헤어짐, 결혼으로 인한 부모님과의 헤어짐 등등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빚어지는 헤어짐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연인과의 이별은 더 아플것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에게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결국 인연이 아님을 깨닫고 그 사람을 보내야 하는 일은 가슴을 에이는 슬픔입니다.

허나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면 탯줄과의 이별로 세상과 조우하고, 유치와의 이별로 튼실한 영구치를 얻게 되고, 학교와의 이별로는 더 큰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지요. 사람과의 이별도 마찬가지랍니다. 정든 선생님과 친구들을 대신해 또 다른 그들을 내 인생에 더하게 되고, 나를 낳고 길러준 분들을 대신해 나와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얻는 것처럼 지금 누군가와의 기억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면 멀지않은 언젠가 선물처럼 다가올 새로운 사랑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나요?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애틋하고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더러는 다시는 이런 사랑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안타까워도 합니다. 소중한 사랑이었지만 거기에 매몰되어 아픔으로만 잔존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단지 집착에 가까울 뿐입니다.

슬픔은 사랑 없이도 생겨나지만, 사랑은 아픔 없이는 커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의 아픔은 분명코 미래의 견고한 사랑의 열매를 맺을 자양분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별마저도 좋은 추억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진정한 내면의 성숙을 경험하게 될 테지요.

젊은 날의 내음이 고스란히 배여있는 인생의 한 페이지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저장해 두고, 슬픈 음악을 빌어 소리내어 울어도 보고, 떠난 사람을 향해 원망도 해보고... 그렇게 가슴에 남은 그와의 앙금을 덜어내는 작업을 거친 후에 두 손 탁탁 털어 '끝'을 외치며, 쿨~하게 보내고 깨끗이 잊어줍시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라고 맺어지는 어느 싯구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는 잔인한 달, 4월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쬐는 봄볕자락 속으로 들어가, 지나가는 바람 돌려세워 뺨에 부벼보고, 가지마다 수줍게 매달린 봄들에게 눈길도 건네며, 내 빛깔과 향기에 맞는 새로운 사랑을 마중하러 나서자구요. 자,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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