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에 있는 국내 유일한 토종 종묘회사인 농우바이오 본사 앞. 성주 참외 농민 400여 명이 아직도 찬 기운이 배인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 회사에서 공급한 종자로 농사를 지었으나 수확기에 들면서 열매가 쭈글쭈글해지는 기형참외가 생산된데다 잎과 줄기마저 시들해져 올 한 해 참외농사를 망치게 되자(본지 3월 27일자 6면 보도) 종묘회사에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새벽 밥을 먹고 3시간여 동안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온 것.
이들은 요즘 성주 참외농가엔 부지깽이도 한몫하고 고사리 같은 아기 손도 필요한 가장 바쁜 농사철이지만 살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버리고 아스팔트로 나왔다고 외쳤다. 한 해 농사를 다 망치게 됐는데 씨앗을 공급한 종자회사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농민은 20년 참외농사를 지었는데 지금 같은 일은 없었다며 성주 참외가 지구촌에서 제일 우수한데 우리보고 농사 잘 못 지었다고 하니 말이 안 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 회사가 만든 문제의 종자를 파종한 농가만 피해를 보았는데도 종자 불량 때문이 아니고 이상기후 탓을 한다며 울분을 토한 이들은 회사 측과의 2차례의 협상 끝에 농림부 등 관계기관과 피해 농민, 회사 관계자가 피해에 대한 공동조사를 실시한다는 합의 후 6시간의 집회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한 농민은 "몇 번을 올라와야 할지, 농민이 농사를 지어야지 이게 뭐람"이라고 중얼거렸다.
최근 체결한 한·미 FTA에서도 오렌지 수입으로 참외 농가가 된서리를 맞게 됐지만 참외가 소득보전 품목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1천여 농가의 불량종자로 인해 올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됐다. 성주 참외 농가에는 4월이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 것 같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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