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를 품다…맥향화랑 '정병국 초대전'

"달라졌다."

12일부터 25일까지 맥향화랑(053-421-2005)에서 열리는 '정병국 초대전'의 전시작품을 보고 모두가 한 마디씩 한다. 사실 정 씨의 작품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방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전시작은 정 씨의 최근 새로운 경향 작업을 선보인다. 정 씨의 작업은 무모하리만큼 크다. 흔히 말하는 100호, 200호 작업도 숱하게 있단 얘기가 들릴 정도로 대형작업을 많이 한다. 그만큼 작업량이 많다는 소리다.

그 커다란 화면에서 색조는 인색하리만큼 절제된다. 그리고 심하게 간결한 형태의 서글프고 헐벗은 정경이 등장한다. 작품 속 인물은 그 배경 속에서 도피나 우수, 방황 등과 같은 마음속 동요나 갈등의 번민을 지니고 있다. 단색조의 짙고 깊은 푸른 색조는 인물의 번민을 원초적 욕망을 꿈꾸는 대상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꽃'이다. 팔공산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 주변의 자연, 그 변화를 지켜본 결과이다. 정 씨는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통해 끊임없는 탐구하는 작가 정신을 반영해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작업을 완성했다. 소품에 담긴 그 작품은 캔버스를 벗어나 여러 겹의 하드 보드지를 뜯어내고 사포질하면서 형상을 갖춰나갔다. 여러 번의 덧칠 작업, 그리고 갈아내는 과정 끝에 울긋불긋한 꽃그림이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정물화는 아니다.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고, 현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음영 처리,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들어 버렸다. '낯설음과의 만남'에서 조금 친숙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왠지 꺼려지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인물이 등장하는 대형 작품 '너의 몸에서'와 '끝없는 그리움'에선 옛 흔적이 많이 느껴지지만 두 작품 또한 꽃이라는 열린 세상을 보듬고 있다.

정 씨는 "소재를 자유롭게 했더니 사고도 자유로워지더라. 작업실 주변의 물품과 세계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변화의 원인을 설명했다. '작업실에 쌓아둔 작품 중에 극히 일부'라고 하니 어떤 변화가 더 있었는지도 궁금하게 하는 작품전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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