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다시 확인한 스승상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지나면 총동창회에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으로서 정식 인정을 받게 된다. 20년이 지날 때 은사님들의 고마움에 보답하자는 의미로 '졸업 20주년 은사의 밤'을 가지게 된다.

얼마 전부터 30년이 지날 때 학창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졸업 30주년 모교 방문의 날'이란 행사를 하는 동문회가 더러 생겼다. 그 밖에도 25주년, 35주년, 40주년 등 나름대로 의미를 붙인 행사들을 하는 모양이다.

지난 주말 나도 '모교 방문의 날' 행사를 하였다. 학교 및 동창회 발전 기금을 조금 내고 많은 시간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1박 2일의 시간을 보냈다.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아무래도 공통 화제는 학교 때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시절 사진을 모으고 편집하여 상영하는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선생님들의 모습이 비치자 내게 은사님들의 근황을 물어오는 친구도 많았다.

자연스레 은사님들의 지도 방법이나 인품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특정 선생님의 지도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친구도 있고, 열심히 지도해 주시던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을 나타내는 친구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물건이 생산되는 순간 우량품인지 불량품인지, 원료가 나빴는지,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의 결과는 세월이 지난 뒤에 나타난다. 그래서 누가 잘 가르쳤는지, 누가 잘못 가르쳤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교육의 성과가 나타났을 때 많은 교사들은 자신이 잘 가르쳤다고 생각하는 반면,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또 많은 교사들은 자신은 잘못 가르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누가 잘 가르쳤고 누가 잘못 가르쳤는지 알 수가 없고, 책임질 사람도 없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는 어느 선생님이 잘 가르쳤는지 알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은 결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떤 선생님이 훌륭한 선생님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면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이번 행사로 다시 느꼈다.

일시적인 인기와 영구적인 존경을 구별할 수 있어야 참다운 '스승'이 될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도 '의도적이고 장기적인 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교육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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