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질 레미콘 관행 "고리 끊는다"

市 발주 공사 서류 전수조사

불량 레미콘이 대구 건설현장 곳곳에 납품됐다는 보도(본지 16, 17, 18일자 6면)에 따라 이 레미콘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대구시와 해당 건설업체가 전면 조사에 나섰다. 대구시는 이 업체뿐 아니라 다른 레미콘 업체에까지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공사현장의 불량 레미콘 추방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키로 해 건설 현장의 '오랜 불법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조사 및 처벌 규정이 해당 정부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법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법 적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면조사 나선다=대구시는 19일 시가 발주한 '상동교-두산로 간 도로건설공사(1공구)'에 이 업체의 재활용 레미콘이 일부 사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납품받은 모든 레미콘 서류를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업체의 서류조작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처벌키로 했다. 나아가 이 공사구간에 납품받은 전체 레미콘 물량 기록에서 조작, 오류 등이 발견되거나 재활용 레미콘이 들어간 공사구간의 안전 점검 후 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정밀 안전 진단'까지 벌일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일 그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20루베(루베=1㎥) 중 2루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업체로부터 나온 모든 서류는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며 "공사구간 책임감리원이 조사를 벌인 결과 업체의 '슈퍼프린트'엔 조작 흔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시 확실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공사는 시가 2005년 12월 발주(사업비 149억 원)한 것으로 지금까지 3곳의 레미콘 업체로부터 2만 1천294루베를 납품받았고, 이 중 불량 레미콘 납품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로부터는 모두 6천799루베를 공급받았다.

또 대구 한 대단지 아파트 공사장 경우, 지하주차장 일부에 다른 공사장에서 납품 거부된 재활용 레미콘 일부가 쓰였다는 지적에 따라 곧바로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이 공사장 관계자는 "비파괴 안전 검사, 강도 조사 등을 통해 의심이 가는 현장에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이상이 나타나면 관계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있으나마나 한 법=건설현장에서 불량 레미콘이 재활용됐을 경우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라 조치가 이뤄진다. 그러나 위반 업체에 대해선 산업자원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 이처럼 조사는 건교부가 하고 처벌은 산자부가 하다 보니 법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건교부는 불량 레미콘 사용 문제 때문에 지난해 말 건설기술관리법 아래 '품질관리지침'을 만들어 불량 레미콘이 반입됐을 경우 ▷반품 조치 ▷감리원 혹은 감독자가 레미콘 폐기 과정에 반드시 입회 ▷불량 레미콘 폐기 확인 및 기록 등 조치 방법을 강구했지만 지침이 시행된 뒤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있으나마나 한' 법이라는 지적도 높다.

이에 대구시는 앞으로 공사현장에서 품질관리지침이 지켜지도록 철저히 감시감독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18일 대책회의를 열고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이 반품될 경우 시공사 관계자나 감리 담당이 폐기현장에 직접 확인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레미콘 납품업체가 서류를 조작해 레미콘을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건물, 도로 등 레미콘이 쓰이는 곳은 모두 생명과 직결된 만큼 신중하고 면밀하게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레미콘 재활용, 서류 조작 등 전체 레미콘업체에 만연된 그릇된 위법 행위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 슈퍼프린트=레미콘 회사에서 출하되는 콘크리트의 출하 날짜, 시간, 강도, 슬럼프, 배합비율 등 데이터가 명시된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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