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0자 읽기/남한산성

남한산성/김훈 지음/학고재 펴냄

1636년 음력 12월. 청의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진격해 왔다. 병자호란이다. 정묘호란을 겪은 지 불과 9년 만이다. 조선 조정은 대혼란의 회오리에 휩싸인다. 그동안 전쟁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척화만 내세웠다. 다시 파천이다. 그러나 강화도로 가는 길은 끊기고, 결국 남한산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1937년 1월 30일까지 47일 동안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치가 떨리도록 모진 그해 겨울. 결사항전을 고집한 척화파 김상헌, 치욕적이더라도 항복해야 한다는 주화파 최명길, 그 둘 사이에서 번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미루는 임금 인조.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남한산성의 아수라를 비극적으로 형상화했다.

작가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가 역사에 무게를 뒀다면, '남한산성'은 존재의 무게에 힘을 실었다. 384쪽. 1만 1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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