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방관, 그룹사운드 만들다…'파이어 폭스' 화제

27일 오전 '2007 소방방재 안전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전시컨벤션센터(EXCO) 전시실 한쪽에 엑스포 관람객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드럼의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가슴을 울리는 트럼펫 선율이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특히 이들을 매료시킨 것은 노랫소리. 보컬 김윤하(25·여) 씨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으로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엑스포 행사장을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깜짝 공연을 선물한 이들은 다름 아닌 현직 소방관들. '파이어 폭스(fire fox)'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방 그룹사운드는 지난해 12월 이재철 대구시 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화재를 진압하는 거친 이미지의 '소방관'이 아닌 시민들의 곁에서 함께 숨 쉬는 '소방관'으로 다가가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를 위해 트럼펫 연주가 취미인 이승훈(55) '내당 119 안전센터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군악대 출신인 이 씨는 악단의 연습을 위해 당번과 비번으로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13명의 대원들을 모아 화음을 맞췄다. 연습실도 딱히 없었던 이들은 엑스코에서 열릴 첫 공연을 위해 소방 본부 5층 강당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과중한 업무와 모자란 잠을 쫓으면서 4개월간 연습을 계속했던 것. 눈물겨운 노력 끝에 시민 앞에 서게 된 이들의 첫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첫 곡을 부를 당시 30, 40명이었던 관람객들이 공연이 끝날 즈음엔 100여 명으로 늘었고 박수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소방 교육' 학점을 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영남이공대 아동복지학과 오화금(21·여) 씨는 "공연을 한 사람들이 소방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고 관람객 장미향(20·여) 씨도 "'아파트'를 부를 땐 모든 관람객들이 박수를 치며 리듬을 맞추는 모습이 공연장을 온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이어 폭스'는 이날 시민들의 호응에 힘을 얻어 앞으로도 소방 안전 교육이나 캠페인 행사 등을 활용, 비정기적인 공연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승훈 내당 119 안전센터장은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더욱 열심히 노력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룹이 되겠다."며 "소방안전에도 만전을 기울여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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