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무열 作 '까치집'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까치집

이무열

바람이 찾아와

까치집을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 맛있는 먹이 물고 이제 곧 엄마가 돌아올 게다.

― 아가야 더 자거라, 아가야 그 때까지 조금만 더 자거라.

엄마까치 올 때까지

나뭇가지를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중의 하나가 '섬집 아기'란 말에 동의할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가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로 이어지는 노래. 어릴 적 이 노래를 듣고 괜스레 울먹거렸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알고 봤더니 여기엔 까닭이 있었다.

물 건너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이라는 사람에 따르면, 유아들은 엄마를 제 자신의 일부로 여겨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데, 엄마는 주체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항시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상 모든 "아가"들은 늘 혼자 집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슬픈 기억 때문에 이런 노래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게 되는 것.

이 시는 섬집 아기의 새로운 버전. 이런 시들이 지속적으로 씌어진다는 사실이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겠는가. 누구는 말할 터이다. 이 순정한 동시를 놓고 어지간히 멀리도 나갔군.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이야기하고 있는 내 턱뼈가 어지간히 뻐근하다. "바람이 찾아 와" 가만가만 주물러줬으면 좋겠다.

장옥관(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여야의 권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과 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이 임박하며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에 도착한 황 CEO는 5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배우 지창욱이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소속사 스프링컴퍼니는 고의적 탈세가 없음을 주장하며 성실한 납세 의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경 좌파'로 규정되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