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경지구 개발, 이대로 좋은가] (상)건교부 무리한 임대주택 건설계획

100만호 건설 실적 쫓긴 정부 '묻지마 삽질'

"지역 사정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걸까?"

건설교통부와 주택공사가 추진 중인 연경지구 택지개발계획이 대구의 허파인 팔공산 일대의 환경을 파괴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건설계획'에 따라 지역 여건을 무시한 채 실적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대구시, 동·북구청 등 자치단체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역 실정을 고려했나?

대구시와 동·북구청 관계자들은 "연경지구가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개발되면 팔공산 일대 자연환경이 크게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연경지구(6천342가구, 2만 3천여 명 계획)가 개발될 경우 인접한 동구 지묘동(현재 3천744가구, 1만 1천여 명 거주)과 연결되면서 팔공산 남쪽 일대에 인구 수만 명의 새 도시가 생겨나고 이 일대의 난개발이 불가피해진다.

시 관계자들은 95년 민선단체장 출범 이후 지금까지 주민들의 개발 민원을 억누르고 지속적으로 팔공산 환경보호 정책을 펴온 것이 물거품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유치한 대구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만한 것은 제대로 보존된 자연유산뿐"이라면서 "팔공산이 훼손되면 대구 전체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건교부의 개발 계획을 무리한 정책이라고 보면서도 '현재로선 국책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건교부가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지구 지정과 개발계획 승인권한을 갖고 있어 대구시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지금까지 건교부에 여러 차례 의견 제시를 했지만 제대로 수용된 것이 없다."고 했다.

시는 연경지구가 개발될 경우 ▷시민 휴식처인 팔공산자연공원에 인접한데다 천연기념물 수달 등이 서식하는 동화천의 생태계가 훼손되고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 및 자연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며 ▷향후 저밀도 전원주택 등 친환경적 개발이 바람직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지난 2005년 건교부에 반대 의견을 냈으나 거부당했다. 그 후 시는 동화천 등에 대한 수질개선비 400억원 지원과 개발이익금 일부 사용 등을 제의했다가 또다시 거절당했다는 것.

또다른 관계자는 "당시 건교부는 '임대주택 건설은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이라며 연경지구 개발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말 것을 대구시에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였다."고 전했다.

◆실적 위주의 정책인가?

건교부가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건설계획을 앞세워 택지개발에 나서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국민임대주택의 입지 선정 타당성 여부. 노기덕 전국공공영구임대주택연합 국장은 "임대주택을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 조정가능지역에 대부분 짓게 되면 자칫 접근성이 떨어져 오히려 주민들을 격리시키는 역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정부가 100만 가구라는 '실적'에 집착하지 말고 도심 내 임대주택을 늘리고 국가 보조를 늘리는 등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주택공사 측은 "도심에는 부지가 없고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매입이 어렵다."면서 "연경지구는 교통적인 측면에서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 임대주택 부지로는 제격"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건설계획을 강행하면서 대구, 경기도 안양 등 전국 곳곳에서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교부가 안양시 동안구 동편마을 일대의 19만 6천여 평에 국민임대주택단지(3천5백35가구, 1만 4천여 명)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안양시와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은 "도심 속 자연생태 지역을 파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필구 YMCA전국연맹 시민사업부장은 "동편마을은 관악산 줄기에 위치한 자연부락으로 도심에 인접한 환경친화적인 공간"이라며 "2004년 7월 국민임대 주택법 시행 직후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동편마을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개발지구로 선정된 것은 정부의 졸속계획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대구 북갑)은 "북구청장 재직 때부터 연경지구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건교부와 주공이 임대주택의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건교부 임대주택 계획은

건설교통부와 주택공사가 계획중인 대구 연경지구의 임대주택 규모는 3천589가구로 전체 6천342가구의 56%이다. 나머지는 일반 아파트 및 단독 주택이다.

임대주택 중 국민임대는 3천39가구, 10년 임대는 550가구이다. 국민임대주택은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70% 이하인 소득계층 가운데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분양하며 규모는 11~24평형(전용면적도시 18평 이하)이다. 10년 임대주택은 전용 25.7평 이하 규모로 10년간 입주 후 분양 전환된다. 연경지구는 1ha당 수용인구 150명, 녹지율 37%, 층고 15층 이하의 주거단지로 계획돼 있다.

또 정부는 영구임대주택(전용 7~13평), 도심내 다가구 매입임대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 실적이 거의 없다.

임대주택은 원래 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사의 택지개발 사업시 총면적의 25%를 지정해 건설돼왔으나 참여정부가 2004년 '국민임대주택 특별법'을 제정, 전체 가구의 50%를 짓도록 했다. 이 특별법은 지구 지정과 개발계획 승인을 동시에 하는 등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으나 안양 동편마을처럼 '졸속 행정' 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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