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를 찾았던 국민은행 본점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 단지 옆에 지점을 내기 위해 점포 임차료를 알아보러 왔다가 입을 쫙 벌렸던 것.
이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동네의 점포 평당 가격이 4천만 원에 육박했다. 국민은행 본점 직원들은 "강남보다 더 비싸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 점포 개설을 확정짓고 조만간 이 동네에서 문을 연다. 이 동네에는 이미 금융기관 지점이 8곳에 이르지만 문을 여는 은행이 또다시 생겨나고 있다.
은행들이 올해 점포개설을 둘러싸고 '전쟁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점포 신설 계획을 세우면서 '대구경북은 우리 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가운데 농협 등 시중은행들이 대구은행을 능가하는 숫자의 지점을 내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내 시장!
대구경북지역에서 단일은행으로는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대구은행. 올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지점신설을 계획 중이다.
대구은행은 이미 대구에서 성서3차산업단지(2월), 대구지법 서부지원(2월), 침산동(4월) 등 3곳, 경북에서 포스코 타운 지점(3월)을 냈다.
대구은행은 다음달 대곡역, 7월 이곡동, 11월 신서동 등을 비롯, 앞으로 모두 10곳의 지점을 더 낼 계획. 대구 최대의 부촌(富村)이라는 수성구에서만 3곳(사월동, 범어동, 수성3가)의 지점 신설을 계획 중이다.
더욱이 대구은행은 건물을 임대해 들어가는 식의 점포 신설 관행을 과감히 탈피, 신서동, 죽곡지구, 구미 옥계지구 등에서는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짓고 있다. 점포 신설을 위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셈.
점포신설 업무를 맡은 대구은행 김진문 부부장은 "대구경북지역 고객들에게 가장 가까운 은행은 대구은행이라는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점포 신설을 크게 늘린다."며 "최근 인터넷뱅킹이 확산되는데다 아파트단지 주변 등에서 건물 임대료가 엄청나게 올라 '점포 증설이 과연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비관론도 있지만 고객들과 만나는 최우선의 공간은 은행 점포인 만큼 지점 신설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은행 게 섰거라!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곳은 농협. 농협은 대구에서만 당초 계획보다 배 이상 많은 모두 15곳의 점포를 새로 낸다.
올 초 칠곡농협 학정지점, 고산농협 사월지점을 개점한 데 이어 지난달엔 중구 반월당지점을 열었고, 다음달엔 동대구농협 봉산지점, 신천동 청구지점, 황금동 성동지점, 동대구농협 범어지점 등 4개 지점을 개점, 이달 말이면 올해 초 목표한 7개 지점 개설을 끝낸다.
농협은 이어 6월 이후 대구 달서구 본리동 성서농협 신본리 지점, 월배농협 월성지점 등 8개 점포를 추가 개설할 방침.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도 당초 올해 2곳 정도만 대구경북지역에 지점을 낼 예정이었지만 1곳 더 늘려 모두 3곳의 지점 신설을 확정했다. 대구 침산동에 지난달 지점을 신설한 데 이어 황금동과 경산에 지점을 내며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국민은행 측 설명.
기업은행이 5, 6곳가량, 신한은행이 3곳가량, 하나은행 2곳가량, 우리은행이 1, 2곳가량의 지점 신설을 계획하는 등 농협을 제외한 시중은행들만 해도 최대 16곳의 지점을 새로 개설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은 대구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뛰어나지만 시중은행들도 대구경북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공격적 영업방침을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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