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미술공모전 포스터가 붙고 현수막이 내걸린다. 바야흐로 공모전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크게는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치르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부터 대구미술대전·경상북도미술대전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주최하는 미술대전이 있고, 언론사나 미술단체가 치르는 공모전이 있다.
또한 특정 미술인들을 기리기 위한 공모전에다 목적이 불분명한 공모전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5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외양만으로는 그야말로 공모전의 나라, 미술인들의 천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술공모전이란 새로운 미술작가들의 등용문이다. 자신의 기량을 평가받고 장차 자신이 나아갈 길 찾기를 위한 검증의 관문이다. 당연히 정확한 잣대에 의한 객관적인 측정과 진단이 관건이다. 고장난 저울을 들이대거나 눈금을 읽는 눈이 잘못되었다면 올바른 측정도 진단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잣대가 잘못되었다거나 눈속임을 당했다는 소리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아예 사전 담합이나 고의적인 편들기도 모자라 심사위원을 매수하고 출품자에게 금품까지 요구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사법적 제재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니 미술인 천국은 고사하고 얼굴이 부끄러운 실정이다.
모두가 조화를 잃은 결과이다. 미술이 선과 면, 형상과 색채의 조화를 통하여 인간의 정서를 감동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예술이라고 본다면 이 같은 현상은 지극히 비정상이다. 어느 쪽이든 욕망을 조절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아니 두 쪽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10원짜리 물건을 100원 받겠다고 압력을 가한 경우이든 100원짜리를 10원짜리밖에 안 된다고 외면해버린 경우이든 부도덕하다는 질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사랑에서든 욕망에서든 지나치게 제것만 챙기다보면 상대적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예술인이기 때문에 그 길을 밟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감당하지 못할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모유를 먹일 시기에는 모유를 먹여야 하고 이유식을 먹일 시기에는 이유식을 먹여야 건강이 지켜진다. 이유식을 먹일 시기에 잡곡밥을 먹이고도 정상일 거라고 믿는다면 그 병증이 심각하다. 하루 빨리 '공모전이 없어야 미술이 산다.'는 자조의 소리가 사라지고 모두가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공모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민병도(화가·시조시인)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