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은 올 들어 대구시내 지점 2곳에서 잇따라 이른바 '대포통장' 개설을 시도하던 남자의 계좌 개설을 막아냈다. 이 남자는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 등을 입력시킨 가짜주민증에다 자신의 사진을 붙여 통장 개설을 시도했다.
가짜주민증이 진짜와 구분이 안될 만큼 완벽했고, 은행창구에 온 사람의 사진까지 붙었음에도 '대포통장' 개설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은행권이 도입한 금융사기 예방 제도 덕분.
은행 고객이 개인정보 노출을 은행에 신고하면 신고를 받은 은행이 전 금융권에 이를 전파하는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이후,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대구은행 사례처럼 실제 이 제도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주부 이모(55) 씨는 3일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국민은행 신용카드를 귀하께서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도용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국민은행 카드가 없는 이 씨는 "그런 카드 없다."고 대답했고 상대편은 "그럼 확인을 해야 하니 주민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무심코 주민번호를 불러준 이 씨는 휴대전화번호를 말하라는 요구에까지 응해버렸다. 그리고 상대는 "조금 있다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뒤늦게 개인정보유출 사실을 안 이 씨. "혹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거래은행인 대구은행을 방문해 대책을 물었고, 은행 측은 '개인정보누출자' 시스템에 이 씨를 등록했다.
이 시스템에 등록되면 전 금융기관에 통보돼 이 씨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신용카드 발급의뢰가 들어오면 은행 전산망에 '개인정보누출자'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 메시지가 뜨면 은행원은 앞서 대구은행의 사례처럼 정밀한 점검에 들어간다.
이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금융권에서는 하루평균 180건 씩 '개인정보누출자' 등록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이 제도뿐만 아니라 금융권은 최근 전화를 통해 환급금을 받아주겠다는 사기 등이 극성을 부림에 따라 '전화사기자금 지급정지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전화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거래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해당 거래은행이 다른 은행에도 이를 요청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
대구은행은 이를 통해 올 들어 2번이나 무단 인출을 막아냈다.
대구은행 검사부 임규식 부부장은 "최근 황당한 사기극이 워낙 많아 은행도 다양한 대비책을 통해 고객들의 피해를 막고 있다."며 "거래하는 은행을 방문하면 '개인정보누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이나 '전화사기자금 지급정지제도'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를 꼭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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