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외출하려고 화장도 하고 옷을 이것저것 입어보고 있었다. 곁에 있던 7살짜라 아들이 속옷차림의 엄마를 보더니 말했다. "히야~ 울엄마도 섹쉬하다~". 엄마가 야단을 쳤다. "이 녀석이~. 쪼만하게 말투가 그게 뭐야~".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9살짜리 아들이 동생에게 넌지시 말했다. "거봐 임마~. 임자있는 여자는 건드리지 말랬잖아".
'요즘 아이들'을 소재로 한 인터넷상의 유머 한토막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단지 우스개만으로 그치는게 아닌 것 같다. 왠만한 어른 찜쪄먹을 정도로 말이나 행동에서 영악하다 싶을 정도의 '똑똑이들'이 넘쳐난다. 몸만 아이지 사고방식이나 행동거지,관심사는 이미 '애늙은이들'이다. 티브이와 컴퓨터, 휴대폰 문화의 범람, 집-학교-학원이 전부가 되다시피 하는 아이들의 일상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기에 너무 일찍 세상의 정글법칙에 물든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깜짝 놀라기도 하고"우리 어릴땐 안 저랬는데…" 하며 씁쓸해 하기도 하는 것이다.
童心(동심)이 사라지는 시대다. 연잎에 구르는 이슬방울처럼 맑고, 봄하늘의 종달새처럼 명랑해야 할 동심의 세계가 세상의 濁流(탁류)에 휩쓸려 때가 묻고 사라져 가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인생에서 가장 짧기에 보석과도 같은 이 시기에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다는건 슬픈 일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던'어른들에게 잃어버린 순수했던 자신을 찾아가게 만든다. 우연히 장미가 만발한 화원을 보며 세상에 단 한 송이인 줄 알았던 자신의 장미가 슬퍼할까봐 염려하는 어린 왕자. 사막에서 만난 여우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부탁하면서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라고 말하는 어린 왕자는 최근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해낸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화영 고려대 교수 는 번역하는 동안 가난했지만 순수한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게 됐다고, 그래서 물질도 감정도 과잉인 요즘 세상이 좀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다시 어린이날이다. 동심을 잃어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동심을 회복시켜 주는 것, 이 시대 어른들에게 주어진 임무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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