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마늘·양파 수급예측 우리손에 달렸죠"

농산물품질관리원 의성·군위출장소 직원들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성군위출장소의 김차현 통계팀장과 조은영 씨 등이 의성읍의 한 양파밭에 나가 작황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성군위출장소의 김차현 통계팀장과 조은영 씨 등이 의성읍의 한 양파밭에 나가 작황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농산물안전성검사는 불시에 시료를 채취한다. 식탁안전은 생산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농산물안전성검사는 불시에 시료를 채취한다. 식탁안전은 생산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25℃를 넘는 봄날씨지만 뙤약볕이 내리쬐는 들판은 30℃를 오르내린다. 봄가뭄 탓에 스프링클러까지 가동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의성·군위출장소의 김차현 통계팀장과 조은영 씨 등이 한 조가 돼 1일 오후 양파 작황조사에 나섰다. 인근밭에 가서는 마늘 작황조사도 할 예정이다.

경북 의성군 의성읍 용연리의 700여 평 남짓되는 양파밭. 그래도 올해 작황은 예년보다 좋은 편이다. 수확량이 30%는 웃돌 것 같다. "작황이 아주 좋다."는 말에 신문종(58) 씨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수확량이 늘면 시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대구에서 살다가 4년전 귀향한 귀농자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을 이제서야 알겠다. 가물어서 스프링클러도 돌리고 있지 않느냐." 그러면서 그는 "이제 농사지어서는 돈이 안 된다. 농촌에서는 먹고살기 어렵다. 소 몇마리 키우고 있지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절단났다."고 표현한 건 한미FTA를 걱정하는 뜻이었다. "농촌이 살아야 우리나라가 사는데 농촌이 다시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요?"

그나마 양파 작황은 주변에서 최고다. 전국적으로 양파수확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 작황조사에서도 그 같은 통계결과가 나온다. 조사는 1필지당 1평씩 2평을 표본조사한다. 포기수는 물론 작황과 생육상태, 병해여부까지 조사한다. 이를 300평 단위로 산출하고 도단위 면적대로 통계수치를 작성한다. 의성은 마늘과 양파의 주산지. 의성의 작황이 경북도내 전체 작황통계를 좌우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작황조사와 더불어 수확기 2~3일 전에 다시 '실수확량 조사'도 한다. 농산물 수급을 예측하는 통계지표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 때는 1평당 20포기씩 뽑아서 중량과 크기 등을 조사하는데 건조중량까지 예측, 계산한다. 이같은 기초조사를 통해 통계결과가 집계되면 정책입안자는 물가동향 등을 고려, 농산물 수급 조절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는 5년마다 실시하는 과수실태조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한미FTA다 뭐다 해서 정부에 대한 농업인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지만 보다 나은 농업정책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기위한 조사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2년에 이어 다시 조사에 나선 김정숙(49·의성읍 후죽리) 씨는 "'그거 조사해서 뭐하냐'며 핀잔주는 농민도 있고 현장조사에 앞서 전화를 하면 의심하고 꼬치꼬치 캐묻는 농민도 적지않다."며 농업통계조사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녀가 맡은 면적은 의성읍과 춘산면의 820여 과수농가. 지난 3월초부터 석달째 이 일에 매달려있다. 한미FTA협정 이후 과수실태조사가 더욱 중요해졌다. 과수농가에 찾아가서 일일이 과수를 셀 수는 없지만 재배면적과 과수품종, 과수숫자, 과수의 수령, 농업인 경력, 관수시설 여부, 창고, 기자재유무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야 한다. 설렁설렁할 수 있는 보통 일은 아니다.

"지난 2002년과 비교해볼 때 과수재배면적은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나 의성지역의 사과재배면적은 줄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과원을 폐원하거나 자두로 품종을 바꾼 농가도 많아졌다. 병충해에 약한 사과 대신 손이 덜가는 자두로 대체한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의성출장소에서는 농산물 안전성검사도 수시로 한다. 오늘도 군위의 한 농가를 불시에 방문, 샘플을 채취해 온 오이에 대한 안전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황향란(27·안전성조사담당) 검사원은 오이시료를 채취, 발색시약과 효소기질용액을 이용, 간이검사를 실시했다. 용액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발색시약용액에 대한 시료의 반응은 곧바로 나타난다. 오이에 농약성분이 남아있으면 발색시약이 묽어진다. 이럴 경우에는 시료를 대구지원에 보내 정밀검사를 받게 한다.

반응이 나온 시료를 '분광광도계'(시험기기)에 비쳐보면 농약종류 등을 보다 확실하게 분석할 수 있다. 사과 배 등의 과일은 간이검사를 할 수 없어 시료를 채취, 지원으로 보낸다. 검사에 몰두하던 그녀는 "농민여러분, 농약안전사용 기준을 반드시 지켜주세요."라고 말한다. 하긴 요즘은 농약사용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알아서 농약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2msnet.co.kr

▶ "유해농산물 재배농 뿌리봅는 암행어사"

'식탁안전 우리가 책임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관리청이 아니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구호다. 농산물의 생산과 출하 때까지의 전과정을 안전하게 책임지는 곳은 식약청이 아니라 농림부 산하의 농산물품질관리원이다.

의성·군위출장소에는 2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수입농산물이 범람하면서 원산지 표시 관리업무가 관리원의 중요한 일이 됐다.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잦다. 의성마늘이 출하되는 시기에도 시장 한켠에서는 타지마늘을 잔뜩 싣고와서는 의성마늘로 파는 사례가 적지않다.

잔류농약이 허용기준치를 넘는 부적합 농산물의 시중유통을 사전 차단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오이와 배추 등 매일 식탁에 오르는 채소에 대해서는 100평 이상 재배농가에 대해 무작위로 불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적합 채소가 적발되면 곧바로 폐기명령을 내리고 두차례 이상 적발되면 출하금지는 물론 관계당국에 고발조치한다. 유해농산물 재배농가들이 벌벌떠는 암행어사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우수농산물에 대한 이력추적관리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의 각 단계별 정보를 관리, 안전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농산물을 추적, 원인규명과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쌀과 보리 등의 양곡수매 때 등급판정을 하는 농산물검사도 관리원의 주요 업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과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관리도 이곳에서 한다. 농업정책의 기초가 되는 농업통계조사도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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