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일기장
이동순
아버님 돌아가신 후
남기신 일기장 한 권을 들고 왔다
모년 모일 '終日 本家'
'종일 본가'가
하루 온종일 집에만 계셨다는 이야기다
이 '종일 본가'가
전체의 팔 할이 훨씬 넘는 일기장을 뒤적이며
해 저문 저녁
침침한 눈으로 돋보기를 끼시고
그날도 어제처럼
'종일 본가'를 쓰셨을
아버님의 고독한 노년을 생각한다
나는 오늘
일부러 '종일 본가'를 해보며
일기장의 빈칸에 이런 글귀를 채워넣던
아버님의 그 말할 수 없이 적적하던 심정을
혼자 곰곰이 헤아려보는 것이다
옛사람의 말을 빌리면, 시에는 네 종류의 높은 경지가 있으니 첫째는 이치가 높은 경지요, 둘째는 뜻이 높은 경지요, 셋째는 상상력이 높은 경지요, 넷째는 자연스러움이 높은 경지다. 이 중에서도 으뜸은 자연스러움의 경지. "특이하지도 기이하지도 않으면서 문채(文采)를 벗어 떨치고, 그것이 오묘하다는 것만을 느낄 뿐 그 오묘하게 되는 까닭을 알 수 없는 상태", 그것이 자연스러움이다. 이런 기준에 부합되는 시. 수사적 장치를 말끔하게 들어낸 화장기 없는 맨얼굴이 이 시의 자랑이다.
오래전 활판 인쇄소에서 만났던 어떤 아버지는 일요일 목욕탕에서 어린 아들 등 밀어주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제판공이었던 그는 갑갑할 정도로 틀에 박힌 삶을 살았다. 유일한 꿈이었던 아들을 키워 세상으로 내보내고 난 지금 그는 무슨 낙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침침한 눈으로 돋보기를 끼"고 어제가 오늘 같고 그제가 오늘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 새소리 한 점 들리지 않는 적막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겠지. 빤히 보이는 저 무덤을 향해.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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