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병인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상)일부 노인병원만 배불려

일부 노인병원들이 간병인 제도를 악용해 배를 불리고 있다. 이 이면에는 간병인들에 대한 노동 착취가 숨어 있다. 주말도 없이 주야 교대로 하루 12시간씩 8, 9명의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간호를 해 받는 돈은 하루 3만 원. 시간당 2천200원 꼴로 최저임금인 3천480원의 63%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간병인들의 혹사

대구 한 노인요양병원에서 '단체 간병'을 하고 있는 김영희(가명·45·여) 씨는 병원에서 월급을 받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12시간씩 주야 교대 근무로 매일 9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지만 손에 쥐는 월급은 고작 90만 원. 김 씨는 일자리를 알선해 준 '간병인 협회(비영리단체)'에 돈을 내고 있다. 이곳에 가입해야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10만 원의 가입비를 낸 뒤 병원을 소개받았고 매월 5만 원의 회비도 따로 낸다. 주·야 교대 근무가 바뀌는 날을 포함해 한 달에 닷새를 쉬는 그는 주·야간 교대 근무로 매주 66시간을 일해 법정근로시간(44시간)보다 22시간이나 많다. 또 법적으로는 44시간 외에 추가로 12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고, 이때는 추가로 수당을 받아야하지만 수당은커녕 시급만 받고 있다. 실제 대구노동청 근무 시간표와 근무 실태를 근거로 급여를 산정해본 결과 1일 2교대의 간병인인 김 씨의 경우 월 142만 원의 급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으로 근로시간만 계산했을 뿐 퇴직금, 유급휴가, 4대 보험 등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박정자(가명·51·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24시간 맞교대 근무로 이틀에 한번 꼴로 밤샘 일을 하는 박 씨는 한 달 15일 간병을 하며 김 씨와 같은 9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박 씨의 경우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포함, 받아야 하는 최저임금은 월 186만 5천 원. 이에 박 씨는 병원의 간호과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가 반영은커녕 자칫 일자리만 잃을 뻔했다. 병원 측이 소개해 준 협회에 '간병인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박 씨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해 울며 겨자먹기로 입을 다물고 있다.

◆환자들의 피해는?

이러한 간병인들의 혹사에도 환자들이 내는 간병비는 '개인 간병'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 대구 달서구 한 노인병원의 경우 간병인 12명이 5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어 월 3천만 원의 간병비 수익이 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월급은 각 90만 원으로, 모두 1천만 원 정도. 나머지는 병원 몫이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간병비는 통상적으로 책정돼 있는 금액으로, 협회의 요구를 따를 뿐이며 환자의 간병비 역시 다른 병원과 형평성을 맞춘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가 환자들에게도 돌아가고 있다. 단체 간병인 경우 계산상 하루 5천, 6천 원 정도 수준이지만 2만 원을 내고 있는 것. 이에 대구 중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진용(가명·34) 씨는 "단체 간병을 받는데도 비용이 이렇게 비싼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개인 간병인을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 병원에서 단체로 하고 있는데 따로 구해 쓸 수 있는지 등 간병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그냥 병원에서 해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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