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5일장에는 여느 시골장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퍼순이 아지매'로 이름난 육은숙(49·상주 공성면 평천리) 씨의 1평 남짓한 채소 노점. 퍼순이 아지매의 넉넉한 '덤'과 싹싹함 때문에 손님들이 꼬리를 물고, 항상 시끌벅적하다.
육 씨는 4년 전부터 돼지고기점 입구에 자리를 마련한 뒤 집에서 키워낸 고추, 호박, 오이 등을 내다 팔았다. 농사만 짓다가 장사란 걸 시작해 세상물정 몰랐던 육 씨는 처음부터 넉넉한 덤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젠 손님들도 늘고 찾는 물건도 다양해 새벽에 대구로 달려 매천동농산물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먹을거리들을 함께 내다팔고 있다. 종류도 청양고추·가지·호박·홍당무 등 20여 가지로 늘었다.
하루종일 손님들이 붐비면서 줄지어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못한 손님들은 스스럼없이 물건을 직접 담은 뒤 알아서 값을 치른다. 또 곁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운 손님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장사 돕기에 나서 셈을 치르고 물건을 나르기도 한다.
5일장마다 손님들이 노점 주변을 빼곡히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물건 사려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물건도 받기 전에 자기 돈을 먼저 받으라는 둥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북새통에도 육 씨는 제법 손님 차례를 잘 지켜낸다. 게다가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본전보다 많을 듯한 덤을 한 움큼씩 더 퍼담아준다. 아무리 바빠도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란 인사를 빼먹지 않아 상냥하기로도 유명하다. 육 씨의 넉넉한 덤이 입소문을 타 이젠 '퍼순이 아지매' '퍼주자 아줌마'로 통하면서 장터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가게 입구를 노점판으로 내준 황토포크 김진태(50) 사장은 "퍼순이 아지매는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요즘처럼 셈이 각박한 세상에 이렇게 넉넉한 덤과 인심이 많은 장사꾼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육 씨는 "저를 찾는 손님들 땜에 이젠 그만둘 수도 없게 됐다."며 "사람 사는 냄새와 인심이 좋다."고 수줍게 웃는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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