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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자 시인 세 번째 시집 '지금은 3시'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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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긴 침묵 깨고 밝음·희망 메시지

'텅빈 방 안에/마른 안개꽃 다발이 걸려 있다/세모의 벽에 무심히 갇혀서도/스물스물 그해 가을 속으로 기어다니는/네 자존은 이미 잘 뒤틀려 있다/…/불현듯 일으켜 세우고픈 눈부신 뜰/불면의 밤마다/짧게 떨어지는/영혼의 부·스·러·기'('불면의 밤')

조행자(65)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지금은 3시'(만인사 펴냄)를 출간했다. 86년 첫 번째 시집 '영혼의 집 별의 집'을 내면서 90년대 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 시인이 15년의 긴 침묵을 깼다.

'지금은 3시, 2시를 밟고 이제 왔어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조금은 빨랐죠 피가 조금 부서지고 분홍빛 커텐 여닫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요….'('지금은 3시')

침묵의 변일까? 시집에 실린 산문에서 그는 "시인이면 누구나 마찬가지이듯 나 역시 자주 언어와 영감의 빈혈에 시달린다."며 "그것에의 탈피를 위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즐긴다."고 적고 있다.

4부로 나눠진 시집은 '물방울집' '전언적' '말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생의 공장에서의 어느 날' 등 5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사랑과 그리움, 슬픔과 고통이 응축된 시편들이다. 특히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는 치유의 감상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시인은 "나 아닌 타인에게 대화의 길을 열어주는, 부활을 향한 언어의 꽃피우기"라고 했다.

'절대적' '경이적' '추상적' '모순적' '충격적' 등 '~의'란 뜻의 '적(的)'이 들어간 시가 유난히 많다. '…/깨끗한 네 발, 둥근 들판의 눈, 코, 잎/건조한 입술에/아릿아릿 향기 날리며 내리는/봄비,/아! 봄비같이'('서정적') 처럼 밝음과 희망을 지향하는 시인의 삶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대구서 출생한 조 시인은 대구가톨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9년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나온 뒤 시집 '영혼의 집 별의 집'(1986년), '이상한 날의 기억'(1992년)을 출간했으며, 1994년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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