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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 창] 한약과 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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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처방은 재봉사의 양복 제조와 같다. 몸에 맞는 양복을 맞추려면 기술 있는 양복점에 가서 체격을 보이고, 치수를 재고, 스타일과 색깔을 정한 뒤에 가봉을 해서 입어보고 비로소 완전한 양복을 지을 수 있는 것이요, 각자의 체질과 질병에 적합한 처방을 얻으려면 의사에게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는 네 진찰 과정을 거친 뒤에 복용한 결과가 좋아야 비로소 훌륭한 처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체격도 사람마다 달라서 옷을 꼭 맞게 하는 데는 정밀한 관찰을 해야 하는데, 하물며 복잡하기 한이 없고 미묘하기 짝이 없는 인체의 생리현상, 즉 질병 증세를 판단하는 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요즈음에도 누구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방(秘方)이니, 누구의 수제자니, 어느 산에 들어가서 기도를 해서 신이 가르쳐 준 비방을 얻었느니 하여 한약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팔거나 고액의 돈을 받고 처방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자기가 지닌 지식이나 기술을 숨기고 독점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술은 인술(仁術)이라 모든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는 학문인데, 거기에 독점이니 비방이니 해서 혼자만 간직하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처방이 뛰어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일에 그렇지도 못한 것이라면, 돈을 가로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중대한 죄악을 범할 수도 있다. 비방이라면 솔깃해하는 것은 인간성의 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으나, 결국 비방이라는 것이 아무리 좋아봤댔자 공개된 훌륭한 옛 처방에 지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원래 한약은 병의 이름에 의하여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어떤 병에 특효가 있었던 처방이라고 해서 같은 병 이름을 가진 환자가 그 약으로 다 나을 줄 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다만 비방에서 한 가지 취할 점이 있다면, 병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주어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정호(테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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