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고기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의 대공습을 앞두고 국내 소고기 시장은 벌써부터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본격화되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음식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산 소고기를 이용, 저렴함을 무기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저가형 소고기집'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소고기값 ↓, 돼지고기값 ↑
대구 시내 대형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소고기는 한우뿐 아니라 호주산 소고기까지 3개월 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한미FTA 타결로 인해 미국산 소고기의 국내 시장 전면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우와 호주산 소고기 가격의 거품도 빠지고 있기 때문.
동아백화점에 따르면 현재 생우 소고기의 산지 시세는 1㎏당 8천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암소는 1㎏당 8천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3개월 전 각각 1㎏당 9천500원, 8천500원에 거래될 때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 호주산도 예외가 아니다. 목등심 기준, 상품 시세로 3개월 전엔 1㎏당 7천900원 정도 했지만 지금은 1㎏당 6천4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구 동아백화점 과장은 "앞으로도 미국산이 본격 수입되면 한우의 경우 5% 정도, 호주산 소고기의 경우 15% 정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돼지고기값은 현지 새끼 돼지 폐사율이 높아지고 여름철 수요 급증 등의 영향으로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지 시세가 2개월 전 1㎏당 3천200원 하던 돼지고기값은 지금 1㎏당 4천100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렇게 소고기값은 하락하고 돼지고기값은 올라가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 조짐이 불고 있다. 일반 주부들이 돼지고기보다 저렴한 소고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김숙영(36·여·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소고기 할인행사를 할 때면 소고기값이 거의 돼지고기값가 비슷해진다."며 "같은 값이라면 아무래도 소고기를 선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최근 가격 변화로 한우는 매출이 10% 정도 오른 반면 돼지고기는 매출이 5% 정도 떨어졌다."고 했다.
◆소고기집 저가 vs 고가
올 3월 문을 연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의 한 소고기집 체인점. 깔끔한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가면 가격표를 보고 놀란다. 갈비살 1인분 6천500원, 차돌박이 1인분 5천500원, 모듬 1인분 1만 원…. 보통 2만 원 하는 웬만한 한우 고기집과 큰 차이가 난다. 비결은 호주산 소고기를 쓴다는 점. 그렇다고 질 낮은 소고기를 썼다간 큰일 난다고 주인은 이야기한다. 박재준 사장은 "고객들의 입맛을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선 저가라도 A등급을 사용하지 않으면 찾질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괜찮은 편. 가격이 저렴해 4명이 찾아도 5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 평소 소고기를 즐긴다는 김지연(26·여·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씨는 "가격 대비 맛이 좋은 편"이라며 "한우집은 큰마음 먹고 가야 하지만 여기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산 소고기가 정식으로 수입되면 이곳은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아무래도 미국산이 호주산보다 질이 좋기 때문에 고객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산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호산동의 또 다른 소고기집 체인점. 이곳엔 간판부터 '저가형 소고기 전문점'이란 명칭이 붙어있다. 평소 성서공단 회사원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곳 또한 호주산 소고기를 이용, 갈비살 1인분 6천900원, 차돌박이 6천900원, 소고기삼겹살인 양념우삼겹 1인분 6천 원 등 소고기값이 저렴하다. 이곳 사장은 "요즘은 갈비살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저가형 소고기점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고기집에서도 '소고기=고가'란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 저렴한 가격으로 소고기를 접할 수 있어 평소 한우를 잘 먹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갈비살 1인분에 2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한우 음식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고급음식점 전무는 "아무리 고급 한우가 맛이 좋다곤 하지만 워낙 고가라 손님이 줄고 있다."며 "한우도 각 유통체계에서 원산지 표시제를 확실하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맛으로만 승부를 보기엔 국내의 불확실한 유통체계 등 한계가 있다는 것.
이곳 전무는 미국산 소고기가 본격 수입되면 고급 한우점들도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곳은 앞으로 한우와 미국산 등 여러 종류의 소고기를 진열해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기존 돼지고기집들도 적잖은 고전을 하고 있다. 변정열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 과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돼지고기값이 꾸준히 상승해 마진이 적은데다 과당 경쟁과 대형마트의 저가 소고기 공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돼지고기집 장사가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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