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성장동력 E-클러스터] ①세계는 신재생애너지 열풍

바람·햇빛 선점하는 나라가 미래 지배한다

▲ 지상 130m 높이의 6㎿짜리 풍력발전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독일 브레멘하븐 연안 풍력발전단지 모습. 엠덴, 쿡스하븐, 브레멘하븐 등 독일 서북부 지역인 니더작센주에만 지난해 현재 5천283㎿ 용량의 풍력발전기 4천800여 개가 바람을 맞고 있다.
▲ 지상 130m 높이의 6㎿짜리 풍력발전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독일 브레멘하븐 연안 풍력발전단지 모습. 엠덴, 쿡스하븐, 브레멘하븐 등 독일 서북부 지역인 니더작센주에만 지난해 현재 5천283㎿ 용량의 풍력발전기 4천800여 개가 바람을 맞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십 년 뒤 화석연료가 바닥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선택은 필수 사안.

우리 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5%, 2030년엔 9%까지 끌어올리는 '에너지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동해안을 에너지클러스터로 만들어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들과 함께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를 외국 사례를 통해 집중 조명해 본다.

일본 도쿄에서 한 시간 거리인 츠쿠바.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기구로 불리는 NEDO가 있다.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개발과 기술지원을 총괄하는 기구. 올해 3천억 엔의 예산을 갖고 태양광·연료전지·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연구가 한창이다. 정부출연기관 가운데 사업비가 연간 30% 이상 증가한 곳은 이곳뿐이다. 일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쏟는 공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국가 에너지안보 및 지속가능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하는 NREL도 지난해보다 28%가량 늘어난 2억 5천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했다. 브라이언 스미스 박사는 "미국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비단 일본 미국뿐만 아니다. 전세계가 신재생에너지 개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U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브릭스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도 여기에 가세했다.

◆왜 신재생에너지인가?

석유는 향후 40년, 천연가스는 60년,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도 50년가량 지나면 바닥나며 석탄은 200년 뒤에 고갈된다고 한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 문제도 절박하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최근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보고서는 2020년 4억~17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2050년에 이르면 생물의 20~30%가 멸종되는데, 그 주범이 바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라고 지목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현재는 기존 화석연료나 원전보다 훨씬 비싸지만 수십 년 내로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럽신재생에너지협의회(EREC)는 최근 "2020년에 태양광·풍력발전 단가가 기존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단가와 같아지고, 이후엔 신재생에너지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각국의 개발 동향은?

EU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의 20%를 의무적으로 충당하기로 결의하는 등 '트리플 트웬티(triple twenty)'를 선언했다. 또 2010년까지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22% 절약하고 2020년까지 수송용 연료(휘발유·경유)의 10%를 바이오 연료로 채우기로 했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엄중한 '패널티'를 부여하기로 공언한 상황.

민간이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판매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법으로 정해진 최소가격으로 구입하도록 하는 의무구매제도도 만들었다.

EU 가운데서도 독일은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한 이 나라는 지난해 현재 5.3%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0년 12.5%, 2020년엔 2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바이오 연료는 브라질 미국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국토가 넓어 농경지가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우 바이오 에탄올을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자동차'가 전체 차량의 20%를 차지한다. 가솔린 1ℓ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1명이지만 같은 양의 에탄올 생산에는 200명이 넘는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 확대 측면에서 정부가 바짝 매달리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과 옥수수 콩을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부터 5년간 수소에너지 실용화 연구에만 17억 달러(1조 6천억 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원유를 대체할 강력한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

◆우리의 상황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세계 평균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 에너지 소비가 15% 늘어난 데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200%나 늘어났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주요 이유다.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면 2011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는 2%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미약한 수준. 영남대 박진호(산학협력부처장) 교수는 "실제 0.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적극적이다. 2002년만 해도 1천억 원이 안 되던 예산이 2005년 3천200억 원, 지난해는 4천300억 원, 올해는 5천억 원을 넘어섰다. 한 해 10% 증가하는 예산을 찾기 어려운데 매년 평균 1천억 원 이상을 뛰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수소 연료전지·태양광·풍력 등 3개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각 사업단을 만들어 MOU를 맺고 사업단 스스로 중장기 계획을 짜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브레멘하븐에서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 신재생에너지=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환경오염이 없는 천연 에너지'로 불린다. 연구개발에 의해 확보 및 재생이 가능한 기술주도형 미래 자원. 우리나라에선 연료전지·수소에너지·석탄액화가스 등 신에너지 3개와 태양열·태양광·풍력·지열·폐기물에너지·소(小)수력·해양에너지·바이오디젤 등 8개 재생에너지 분야를 일컫는다.

※ 교토의정서=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1997년 최종 채택된 협약서. 각 나라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6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 獨 풍력발전 율겐 크뢰닝 사장

"지구 온난화, 최근 한층 강도를 높인 러시아의 자원 패권주의 때문에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대다수 국가들에게 대체에너지 개발은 생명수와 같은 문제가 됐습니다."

DEWI-OCC(독일 풍력발전 공식인증기관) 율겐 크뢰닝(58) 사장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앞다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사활을 건 이유를 이렇게 꼽았다.

그는 "유럽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의 20%를 의무적으로 충당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많은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며 "때문에 독일, 덴마크,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민간이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판매회사가 일정 기간 법정 최소가격으로 구입하게 하는 의무구매제도까지 만들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특히 덴마크, 스웨덴 같은 나라는 아예 화석에너지 의존율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지요. 스웨덴은 2020년까지 세계 최초로 석유 없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계획이며, 덴마크는 2050년까지 전기 생산에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에너지 의존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크뢰닝 사장은 "고유가 시대와 지구 온난화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과 햇빛을 선점하는 국가가 미래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본다."며 "대체에너지 개발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 E - 클러스터 특별취재 자문단

박진호 영남대 교수(태양광) 정재학 영남대 교수(태양광) 정진화 포스텍 교수(풍력) 손충렬 인하대 교수·한국풍력에너지학회장(풍력) 정두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연구원(연료전지) 김중곤 포스코 상무(연료전지) 송경창 경북도 과학기술진흥팀장

※ E - 클러스터 특별취재단 :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 E - 클러스터 특별취재 지원 : 한국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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