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안컵축구)무너진 자존심 제물은 인도네시아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이 홈팀 인도네시아를 제물로 8강 행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야 할 처지가 됐다. 바레인 전의 졸전으로 축구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분노를 자아냈던 한국 축구는 18일 오후 7시20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리는 D조 조별리그 3차전에 나선다. 다득점으로 승리하더라도 사우디 아라비아와 바레인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8강 행이 좌절되는 한국은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고 운명의 신에게 기도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바레인을 2대1로 이기고 사우디와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1대2로 패했던 인도네시아는 마치 2002년의 한국처럼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바탕으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한국으로선 단단한 정신 무장이 필요한 상대. 한국이 2002년 월드컵 대회 때 홈 팬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4강까지 진출했듯이 인도네시아도 한 단계 올라선 경기력을 바탕으로 8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관중들은 자국 팀의 경기 때 8만명 이상이 겔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한국의 '붉은 악마' 처럼 열정적인 응원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국 교민들이 응원 나갔다가 불상사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로 현지 분위기가 뜨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은 인도네시아 축구 역시 과거의 약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다. 작은 체구로 몸 싸움에선 밀리지만 빠르고 순발력있는 움직임으로 날카로운 역습을 감행한다.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수비도 단단해져 한국 등 강팀 과의 경기에서 3, 4골 차 이상으로 패하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변화의 가운데에는 인도네시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불가리아 출신의 이반 콜레프 감독이 있다. 인도네시아 3개 클럽의 감독을 지내 인도네시아 축구를 잘 아는 그는 선수들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개혁을 이끌며 전력을 상승시켜 '인도네시아의 히딩크'로 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성장했다 하더라도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스트라이커인 밤방 파뭉카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효과적인 공격을 펼쳐야 한다는 상투적인 대비책보다 한국 선수들에겐 더욱 근본적인 그 무엇이 요구되고 있다. 불퇴전의 승부욕과 정신력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은 뜨거운 홈 팬들을 업고 만만찮게 나올 상대를 강한 정신력으로 맞서서 이겨야 객관적 전력에서 뒤지는 바레인에게 졸전 끝에 패한 상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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