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 시조산책-정수자 作 '손톱'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손톱

정수자

마음이 시끄럽게 뾰족뾰족 돋는 날은

손톱을 세워 본다 세상을 다 후빌 듯

은밀히 자란 욕망들 붉게붉게 키워본다

파르르 날 선 순간, 웃으며 구겨넣은

적의가 지금 모두 손톱 밑에 웅크렸다

비로소 때를 만난 듯 단단히 반짝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질긴 벽들 앞에

피가 고인 듯 손끝만 무거운 날

세상을 돌아앉아서

나를 오래 자른다

'손톱'이나 '눈썹'이란 말을 만나면 未堂(미당) 시인이 퍼뜩 떠오릅니다. 생전에 참 무던히도 어여삐 여긴 말들이니까요. 그러나 예서 보는 '손톱'의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은밀히 자란 욕망'의 기미를 읽은 탓인가요? '세상을 다 후빌 듯' 붉게 세운 손톱 밑에 파랗게 날 선 적의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시끄럽게 뾰족뾰족 돋는' 도입부는 무언가 소란스럽고 스산한 내면의 움직임입니다. 기회를 엿보며 도사린 끝에 '비로소 때를 만난 듯' 대질러 보지만, 거대사회의 벽들은 너무 많고 질기지요. '피가 고인 듯 손끝만' 다칠 뿐, 세상은 요지부동입니다.

'세상을 돌아앉아서/나를 오래 자른다'는 마지막 구절에 언뜻 체념의 그림자가 스쳐갑니다. 개인의 욕망은 무기력하게 꺾이는 듯하나, 우리가 정작 주목할 바는 마음이 시끄러운 날이면 언제든 다시 날을 세울 그 손톱입니다. 손톱의 날을 세우고 자르는 동안 시인은 줄곧 스스로의 마음 속을 응시하고 있었을 터.

박기섭(시조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현직의 자동 공천을 부정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공천 기준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당을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글로벌 관세...
정치 유튜버 전한길이 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3·1절 기념 자유음악회'에 초청했으나, 가수 태진아 측은 출연 사실을 ...
태국의 유명 사찰 주지 스님 A씨가 여러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A씨의 아내가 다른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