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리닉 에세이] 아들의 친구

중고생들 방학이 시작된 모양이다. 외래에 까까머리 총각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접수 된 차트를 넣으며 간호사가 천진스럽게 웃는다.

"원장님 현석이 친구라는데요"

며칠 전부터 막내아들이 자기 친구들이 병원에 간다고, 잘 봐주라고(?) 단단히 일러주었다.드디어 오늘 아침에는 명단과 병명이 적힌 메모를 비밀 장부처럼 은밀히 내민다.

점 없애겠다, 여드름 치료 하겠다, 아토피 치료 하겠다, 머리 비듬 없애겠다, 등 다양한 사연이 있다. 이 녀석 반에는 피부병 환자만 있는지 여러 녀석이 명단에 올라 있다.

짙은 땀 냄새, 사춘기 녀석들의 남자 냄새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 섞여 녀석들이 몰려들어 온다.

아들녀석에게 은근히 뇌물공세도 했단다. 진료 받게 해주면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사주겠다고 말이다.

"저는요..." 순진하고 귀엽고 밝다. 각자 자기들의 병을 자랑처럼 발표한다.

점 없애려 온 녀석은 딱 한 개가 코끝에 있는데 그리 신경이 가는지 연신 거울을 돌려가며 없애달라고 난리다.

여드름이 멍게처럼 솟아있는 녀석은 제법 으젓하다.

"제 용돈으로 치료 하려는데 얼마예요?"

"현석이랑 친하니? 말만 잘하면 공짜도 가능하다"

"그건 안 되구요, 많이 할인해주세요 그럼 제 친구 많이 데려올께요"

비듬 많다는 녀석은 징징댄다. 교복에 비듬이 하도 떨어져 친구들이 놀린다고 비듬 치료해달라고 통사정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하찮은 것들이 녀석들에게는 심각한 고민일 나이다.

우리들의 꿈나무인 저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어 천만다행인 하루였다.

정현주 (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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