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최초의 언어

하느님의 천지창조 이후 땅위에는 사람들로 번성했다. 그러나 인간의 타락이 갈수록 극심해지자 하느님은 대홍수로 심판했다. 오직 방주 속 노아의 가족들만 살아남았다. 이후 다시 땅위에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고 악해져 갔다.

마침내 그들은 하늘까지 닿겠다며 높은 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보신 하느님이 그들의 언어를 각기 다르게 바꿔버리자 일대 혼란이 생겼다. 공사는 중단됐고, 언어가 같은 사람들끼리 흩어졌다.

성서에 기록된 바벨탑 사건이다.

약 5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어느 시기에 갑자기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다. 石器(석기)가 정교해 졌고, 종교적 상징물을 함께 묻는 매장문화의 변화, 예술품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도약'으로 불리는 이런 변화에 대해 학자들은 언어의 출현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인류 최초의 언어가 등장하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다국적 학자들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언어들의 母語(모어)격인 '원시 세계어(proto-world-language)'를 찾는 '인류 언어 진화(EHL)'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다.

현생 인류의 조상에 대해 세계 고고학계는 '아프리카 기원說(설)'과 '다지역 기원설'로 나뉘어 있다. 유전적 측면에서 아프리카 기원설이 보다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약 30만 년 전 멸종,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가 각 대륙으로 퍼져갔다는 설이다. 또한 현생 인류의 공통 조상은 바로 약 15만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한 여성, 일명 '아프리카 이브'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EHL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자들은 인류가 퍼져나간 경로를 따라 각 언어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나감으로써 원시 세계어를 재구성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8천 년 이상 된 고대 언어 찾기 연구에 대해 세계의 주류 언어학계는 이단 취급을 하고 있다나.

문득 한가지가 궁금해진다. 만약 세계가 한 언어라면 지금보다 나을까 어떨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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