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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여권(旅券)이 디자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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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새롭게 디자인된 여권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지난번 신통한 메일을 하나 받았다.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여권디자인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여권이 참 속상하게 생겼다고 미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눈에 띄는 부분이 전자여권(ePassport) 도입이다. 지문과 안면 인식알고리즘, 즉 바이오인식정보들이 칩에 암호화되어 새 여권에 내장된다고 한다. 이번을 계기로 국제신분증으로서의 품위와 문화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새 여권이 디자인된다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엔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들이 다수 참가해 새 여권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냈다. 그 중 네덜란드 여권 디자인 개정에 직접 참여한 예레 반델토른은 "정부로부터 새 여권 디자인 용역을 받고 '네덜란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부터 했다. 네덜란드 역사를 대변하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표지 색채와 일러스트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미국도 6년간의 긴 여정을 거쳐 새 여권을 발표했지만 미국만을 상징하는 그림과 타이포들로 대부분 채워져 과잉 애국심 고취 논란을 낳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여러 단체에서 지적했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여권은 역시 스위스 여권이다. 한마디로 디자인이 되어 있다. 발랄한 색상에 스위스 국기를 모티브로 한 입체적인 패턴은 누가 봐도 '스위스다운 여권'이다. 타이포 또한 절정이다.

여권 표지뿐만 아니라 내지에서도 곳곳에 컬러풀하고 아름다운 그래픽 요소들이 존재한다. 각각의 그래픽 등은 스위스 내의 26개의 주를 상징하는 그래픽으로 각 주의 대표적인 건물들과 심벌이 모티브로 표현되었다. 각 주의 이미지들을 표현한 예쁜 그래픽들을 보고 있으면 스위스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마냥 사랑하게만 될 것 같다. 스위스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강렬한 국가 이미지를 심어줄 만한 훌륭한 디자인의 여권이다.

이처럼 과감하고 색다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어느 나라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디자인을 존중하고 선택하는 국가의 안목이 관건이다. 대한민국 여권의 색상과 문양은 너무 관료적 느낌이다.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할 문양을 전통에서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고 숙제이지만 너무도 예쁜 여권을 가진 스위스 사람들이 부럽다. 내년에 한국인과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 여권'을 기대한다.

박병철(대구대 조형예술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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