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자실 통폐합은 국민에 대한 폭거다

마침내 정부가 각 부처 기자실을 한군데로 몰아넣는 브리핑룸 통폐합 공사를 강행했다. 지난 27일 공사에 착수한 정부는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외교부 청사와 과천 청사에 새 합동브리핑룸 설치를 끝낸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총리실을 비롯해 9개 부처가 있는 서울 청사에는 출입기자가 없어진다. 10 개 부처가 있는 과천 청사도 1개 건물을 제외한 4개 건물에는 상주하는 기자가 사라진다.

이 정부는 출입기자를 쫓아내는 이 같은 폭거를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둘러대고 있다. 언론을 조롱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이다. 어떤 구실을 갖다 붙여도 알권리 축소이지 확장은 결코 아니다. 멀쩡한 기자실을 없애고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을 통제하는 게 선진화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일선 기자들의 거센 반발, 시민단체의 헌법소원 제기, 유력한 대권 주자들의 반대 의견을 깔아뭉개고 있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정부의 '선진화' 설명은 알아들을 수 없는 괴변이다. 참여정부가 줄기차게 밀고 온 '언론과의 전쟁'의 완결판으로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조차 '미운 언론'과 '예쁜 언론'을 가려가며 상대하고, 고위직들의 인터뷰 하나까지 간섭하는 속 좁은 정권이 아닌가.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원상복구가 분명한 기자실 폐쇄에 막무가내로 55억 원의 헛돈을 들이는 건 이성 잃은 짓이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로 정신 없을 외교부 청사 한쪽에서 뭐가 그리 급하다고 뚝딱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이 정부의 취재제한 조치를 중단시킬 방도를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언론관련 단체는 이 정부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알권리 수호에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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