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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현대시장!…고객유치위한 시장의 변신

▲ 서문시장 내 동산상가는 재래시장에선 드물게 8월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 폭탄 세일을 선언해
▲ 서문시장 내 동산상가는 재래시장에선 드물게 8월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 폭탄 세일을 선언해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이채근기자mincho@msnet.co.kr

특정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재래시장들이 있다. 공룡으로 비유되는 대형소매점의 공세 속에 이들은 특화 전략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겐 재래시장의 위기가 그리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특화로 인한 이미지 덕분에 알뜰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 일부에선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에서나 할 법한 '폭탄 세일'을 선언해 고객들의 시선을 끌어잡기도 한다.

◆이것만큼은 우리가 최고!

대구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은 위생에 관한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3월 식약청으로부터 대구시 위생관리 시범시장으로 선정된 것. 대구 재래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위생적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동구시장은 비릿한 시장 냄새가 코를 찌르고 파리가 붙는 기존의 재래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환경개선사업을 마무리해 콘크리트 바닥은 깨끗하고 상점마다 진열도 깔끔한 편이다. 무엇보다 땡볕을 최대한 차단하는 복층 공법의 아케이드 덕분에 시장 내부에 들어서면 서늘한 느낌까지 든다.

상인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위생복을 입고 나머지 상인들은 유니폼을 입은 채 고객들을 대할 예정. 박태우 동구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은 "최근 날씨가 너무 무더워 기존 위생복이나 유니폼을 벗어놓았지만 8월 중순쯤 주문한 여름용 위생복과 유니폼이 도착하면 상인들에게 바로 입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음식 취급 상점의 70%는 식기소독기를 갖춰 소독에 힘을 쏟고 있다.

집행부에서도 수시로 시장을 돌아다니며 그릇이 아무렇게 놓여있거나 옷이 지저분하면 곧바로 '잔소리'를 한다. 박 사무국장은 "8월 중순엔 민원발급기나 ATM, 수유실 등 고객들을 위한 휴식처도 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탁월한 위생 관리와 서비스 등으로 동구시장은 지난 4월 대구 재래시장 최초로 '시범시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서부정류장 옆 관문시장 상인들은 '생선'에 관한한 '대구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곳은 매일 새벽마다 삼천포나 부산 등 산지에서 냉동차가 몰려온다. 100% 산지와 직거래를 하다보니 신선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격도 일반 시장보다 10%정도 저렴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 특히 이 시장은 조기나 상어, 가자미, 명태 등 제사용 생선이 강하다. 고객들의 70~80%도 생선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런 인기로 생선류는 매일 거의 물량을 소진한다. 14년째 생선 장사를 하고 있는 이지선(46·여) 씨는 "달서구나 남구 주민들까지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 뿐 아니라 옥포나 논공 등 주민들도 단골 고객이다.

우희대 관문상가시장 상인회 회장은 "보통 작은 시장에는 취급 품목이 많지 않지만 생선만큼은 거의 모든 종류를 취급하고 있다."며 "15곳 정도의 생선취급 상점들은 우리 시장의 일등공신"이라고 했다.

채소하면 팔달 신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각 재래시장과 경북 중소도시 재래시장 상인들도 이곳에서 채소를 사갈 정도. 한마디로 채소 도매 시장의 대표 격인 셈. 매일 경북 북부 지역이나 대구에서 야간작업을 통해 물건을 갖고 와 새벽 3시면 문을 연다. 싱싱함은 물론, 가격도 일반 시장보다 20% 저렴하다는 것이 시장측의 설명.

이강열 팔달신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은 "경북 북부나 대구 시내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해 과거부터 우리 시장은 채소부분에 특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상인 뿐 아니라 300명 정도는 생산자가 직접 시장에 터를 잡고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오전 내 채소 대부분을 팔지만 남을 경우 반값 세일이나 봉사활동으로 거의 소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팔달신시장은 큰 기업체 유치나 주차 무료화, 상품권 발매 등 다양한 고객 유치책을 준비하고 있다.

서문시장이나 칠성시장 같은 대구 대표시장들은 나름대로의 '특기'를 갖고 있다. 서문시장의 경우 한 때 한강 이남의 최대 포목시장이라 불렸던 명성을 이어 의류가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 칠성시장은 무엇보다 과일이 자랑거리. 과거 대구청과 경매장이 있었던 것이 현재까지 유명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창근 대구청과시장 상인회 회장은 "무엇보다 과일은 다른 시장에서 아직 못 따라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시장이라고 세일 못하나!

세일은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의 전유물. 하지만 반기를 든 곳이 있다. 서문시장 내 동산상가는 재래시장 중에선 드물게 '폭탄 세일'을 선언했다. 5일까지 전층에서 '동산상가 다이빙 세일'을 하는 것. 동산상가는 이 기간엔 모든 품목을 평소보다 30%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했다.

김동주 동산상가번영회 회장은 "재래시장에서 무슨 세일이냐며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세일은 서문시장의 얼굴인 동산상가 이미지를 다시 한번 드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문시장 2지구 화재 이후 의류 판매 상인들이 뿔뿔이 흩어진데다 덩달아 고객들도 줄면서 어려움이 많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타개책이라는 것.

또한 이번 세일은 8월 중순 상가 전체의 여름 휴가를 앞두고 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여름 휴가가 끝나면 가을 상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여름 상품 재고를 줄이는 한편 고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인과 고객간의 '윈-윈 전략'이다. 상가에선 이 기간에 평소보다 고객들이 3, 4배 정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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