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남성듀오 듀크

남성듀오 '듀크'를 만났다. 이들이 자주 간다는 청담동 카페 '실크'에서. 근처 음반가게에서 미리 CD 한 장을 샀다. 앨범 표지에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아기천사 모습이 담겼다. 마치 2년 만에 돌아온 듀크의 성공을 기원하듯. 매장에서 바로 음반을 들어봤다. 첫 곡 '슈퍼맨'의 가사가 흘러나온다. '내가 하루만이라도 슈퍼맨이 될 수 있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어~.' 김석민(35)이 만든 아름다운 멜로디와 김지훈(32)의 타고난 미성이 밀크쉐이크처럼 조화롭다.

서둘러 약속장소로 갔다. 청바지에 하얀색 면티를 입은 김지훈이 기다리고 있다. 5년 만에 만난 그는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하더니 앉자마자 대뜸 맥주 2병을 주문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대구까지 내려가야할 사람은 생각도 않고. 한낮의 '취중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작년 말 대마초 복용 혐의로 적잖은 마음 고생을 했을텐데 특유의 재치와 쇼맨쉽은 여전하다. "팬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워 인터뷰하기 겁이 나요. 하지만 새 앨범도 내놨으니 팬들의 평가를 기다려야겠죠. 들어봤어요?" 오던 길에 구입한 CD 한 장을 얼른 꺼내놓았다. "형이 샀으니 이번 앨범 대박나겠네. 선물하려고 한 장 가져왔는데, 기왕에 샀으니 사인해드리죠."

목이 탔는지 거푸 맥주 서너잔을 들이킨다. 금세 얼굴이 잘 익은 복숭아빛으로 바뀌더니 지난 시간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노출을 콘셉으로 한 4집 '포르노그래피' 인기가 바닥을 쳤고, 마약 복용사건까지 휘말려 말 그대로 최악의 시간을 보냈죠. 그나마 석민이 형과 훌훌 털어버리자며 떠난 여행이 많은 도움이 됐죠. 마음도 많이 편해졌어요."

조금 늦게 도착한 김석민이 옆에 와 앉는다. 수술한 상처부터 물었다. 김석민은 눈밭에서 차를 밀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척추를 나사로 고정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작년 초에는 직접 옷을 고치다 손까지 크게 다쳤다.

현진영, 박남정과 함께 비보이 1세대인 김석민은 이태원 클럽을 주무대로 삼아 활동했다. 당시(1994년) 김지훈이 활동하던 인기 그룹 '투투'는 그의 군 입대로 해체 위기에 놓여있었고, 마침 김석민이 김지훈에 이어 '뉴투투'를 결성하며 맥을 이었다. 이렇게 맺어진 두 사람의 끈질긴 인연은 강산이 한번 바뀌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훈이가 4집 앨범이 완전 망치고 난 뒤 '이젠 우리는 안될 것 같다.'며 자포자기하더군요. 그런데 전 오히려 오기가 생겼어요. 행여 쓰레기라고 욕 먹더라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좋은 앨범 한번 내보자고 지훈이를 설득했죠."

이렇게 서로의 상처를 보둠으며 탄생한 앨범이 바로 '더 리버스 오브 듀크'(THE REBIRTH OF DUKE). 타이틀곡 '슈퍼맨'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지훈이의 자전적 노래예요. 여자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줄곧 지켜보며, 그 때 지훈이가 방황하면서 털어놓은 마음을 가사로 옮겨 노래를 만들었답니다." 여자 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돌리고 있던 김지훈이 한마디 보탠다. "재작년 아는 사람 소개로 여자 친구를 만나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제가 부족해서 결국 헤어지게 된거죠."

이번 싱글앨범에 수록된 5곡 중 김지훈이 부른 솔로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은 김석민이 작사'작곡을 맡았다. "집착할수록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상에 선다는 욕심을 버리고 둘이서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하자고 다짐했죠."

작성일: 2006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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