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있으면 아무래도 기업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입찰에 참여할 때도 본사 주소지가 대구·경북이면 아무래도 '딸린다'는 것을 느낍니다. 현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지요."
휴대전화 부품과 과학기자재 등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기업 유젠텍(주)이 8일 '영인프런티어'로 이름을 바꾸고 대구를 떠난다고 공시했다. 본사 주소지를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서울 디지털밸리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가장 우량하다는 상장기업들이 잇따라 '대구·경북' 땅에서 사라지고 있다.
8일 유젠텍이 '주민등록을 파 간 것'을 비롯, 최근 1년 새 3개의 코스닥 상장기업이 대구·경북지역을 떠났다.
한때 대구의 스타기업으로 지정됐던 현원은 지난 6월 말 대구 동구 신천동이던 본사 주소지를 서울로 바꿨다. 기업을 일궈왔던 송오식 전 대표는 현원의 최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경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본사가 옮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MP3플레이어로 잘 나갔던 현원이지만 대구에 있다 보니 손해를 많이 봤다는 인식이 컸다."며 "회사의 변신을 위해 좋은 아이템을 찾아 투자유치를 하려고 해도 대구에 있으면 투자자 관심이 통 없다."고 했다.
전후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포항에 있던 바이오메디아도 소리바다가 인수, 우회상장을 하면서 대구·경북에서 사라졌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대구사무소에 따르면 가뜩이나 기업공개가 없는 대구경북지역은 상장기업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이전 결정을 내렸거나, 또는 우회상장 대상이 되면서 서울 본사 체제로 바뀐 때문이다.
최근 1년 새 대구·경북에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합섬이 상장폐지됐고, 바이오메디아·현원·유젠텍이 서울로 가버림으로써 무려 4개의 상장기업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9일 현재 대구·경북에 본사가 있는 상장기업은 94개에 불과하다.
신용진 박사(한국증권선물거래소 대구사무소)는 "칠곡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모터펌프 전문업체 퓨어나노텍도 김종학프로덕션에 인수됨으로써 조만간 본사 주소지가 지역을 떠날 것"이라며 "대구·경북에 본사가 있는 상장기업들의 역외 유출이 더 이상 없도록 지역 경제계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증권선물거래소도 비상장 기업들의 기업공개를 늘리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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