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중 2·3학년 때쯤일 것이다.
유난히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그 연령제한 땜에 늘 작은언니 손을 잡고 극장을 다녔다. 그 덕분에 그 나이에 봐선 안 될(?)영화도 꽤 본 것 같다. '나이트메어'도 그 중 한 편이었는데 '전설의 고향' 외엔 공포영화를 접해보지 못했던 터라 영화를 본 느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도무지 언제 어디서부터 꿈인지 어느 시점쯤에 등장할지 예측 안 되는 빨강, 초록 줄무늬 스웨터에 화상으로 일그러진 흉측한 얼굴, 칼날 손이며 그 음흉한 웃음, 거기다 나중엔 카우보이 모자까지 패셔너블하게 쓰고 등장한다.
정신이상자로 살인죄를 모면한 살인마가 두려운 사람들에 의해 불에 타 죽지도 못하고 분노만 더 키워 나타나게 되어 끝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다분히 단순한 스토리.
하지만 그무렵 몇 년 일찍 나온 '13일의 금요일'보다는 상당히 수준 높은 영화였던 것 같다. 요즘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컴퓨터 그래픽들이 현란하게 꾸며주는 영화하고는 게임이 안 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영화였던 것 같다.
에어컨 시설이 그리 좋지 않았던 그때, 부채질하며 식은땀을 흘리며 언니 등 뒤에 숨어가면서 봤던 내 기억 속에 각인된 공포영화 '나이트메어'.
영화를 보고 나면 언니가 맛있는 자장면도 사줬고 내겐 단순히 공포영화이기보다는 언니와의 추억의 한자락이 된 것이 더 큰 의미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신랑 덕분에 이젠 볼 기회도 차츰 사라져간다. 하지만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가족끼리 적당히 스릴 있는 공포영화를 한편 보는 것도 또 다른 추억을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닐까.
남향옥(대구시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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