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음식점엔 '여름 별미'라는 이름으로 여름철 한철 음식을 내놓았다 메뉴에서 없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음식점은 여름 음식을 사시사철용으로 팔고 있다. 단순히 여름 음식은 '여름에만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
◆사시사철 열무국수를 판다
대구시 수성구 상동에 위치한 '열무밭에 돈(豚)'은 고깃집이지만 열무국수가 더 유명하다. 11년째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태분(50·여) 사장은 "초창기엔 그저 고기를 팔면서 반찬으로 열무김치를 내놓았는데 손님들 반응이 너무 좋아 5년 전쯤 아예 상품화했다."고 설명했다.
생보리쌀을 갈아 육수를 내고 7가지 다양한 양념을 첨가하는 열무국수는 한결 같은 맛을 위해 매일 새벽마다 이 사장이 직접 만든다고 한다. 이 사장은 "느끼한 돼지고기와 새콤하고 상큼한 열무국수가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 많다."며 "일부 젊은이들은 국수에 삼겹살을 넣어 먹기도 한다."고 했다.
한때 열무국수의 인기로 이곳엔 점심시간에도 고객들로 북적였지만 실내가 10평 정도로 좁아 감당이 어려웠다. 이 사장은 "손님들을 돌려보내기 미안해서 몇 년 전부터 저녁 시간에만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도 자정으로 못박았다. 이 사장은 "초반엔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점차 손님들이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무작정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장사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영업 철학이다.
여름 음식인 열무국수지만 이곳에선 사시사철 만날 수 있다. 겨울철에 좀 덜 나가긴 하지만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 대신 열무비빔밥을 만들어 소비 감소를 만회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외식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일주일에 3시간 정도는 꼭 투자한다는 것. 이 사장은 "최신 음식 트렌드나 흐름을 계속 파악해야만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물회로 승부 건다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에 자리한 '울릉도 신 물회'에서는 여름 음식인 물회를 특화했다. 종류만도 전복물회나 해삼물회 등 7가지 정도다. 횟집에서 여름 한때 별미로 판매하는 물회를 주메뉴로 탈바꿈시킨 것. 김기택(48) 사장은 "횟집은 보통 점심 매출이 별로 없는데 물회를 통해 점심에도 손님들이 줄을 선다."고 자랑했다. 요즘 같은 때는 점심 때만 300명가량의 고객이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물회가 인기를 얻는 것은 역시나 맛. 배즙을 갈아 양파나 다시마 등 12가지 재료를 넣어 물회 소스를 만든다. 그런 다음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기계로 소스를 계속 저어 냉동 슬라이스 상태를 유지한다.
이곳에선 물회를 계절에 상관없이 판매하지만 아무래도 겨울철엔 판매가 덜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멍게해초비빔밥을 별도로 개발했다. 김 사장은 "물회와 비빔밥을 함께 팔아 겨울에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점심때는 항상 음식점을 지키면서 고객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맛을 물어본다. 거기서 얻은 평가나 문제점을 음식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또 각종 물회와 관련된 맛집을 들르면 손수 찾아가 맛을 분석하는 부지런함도 보인다. 김 사장은 횟집이 성공하기 위해선 배송업체 선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사장은 "한번은 활어에 항생제를 많이 먹여 독성이 나와 손님들이 배탈이 나는 사고가 생겼는데 그 이후로 배송업체에 대한 감시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되도록 활어를 소규모로 운반하면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배송업체를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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