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기대는 높아만 간다. 환자의 서울 유출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중매체, 인터넷 등에 쏟아지는 의료 정보, 하지만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보는 드물다. 매일신문은 급변하는 의료환경과, 환자 유출의 실상을 짚어보고 지역 의료의 우수성과 올바른 의료이용에 대한 정보를 담아 '병원특집'을 꾸몄다.
의료계에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의료법 개정과 제도 변화로 인한 광고규제 완화 및 의료의 자본 참여 활성화, 그리고 의료 소비자의 권리 의식 강화 등 의료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의료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초대형병원에 비해 자본력이 취약한 대구를 비롯한 지방 의료계는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의료법 개정 추진과 제도변화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34년 만에 전면 개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살 정도로 의료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설명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내용도 있지만 ▷병원관리주식회사 허용 ▷의료기관 부대사업 대폭 허용 ▷병원 내 의원 개설 허용 등은 의료계의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의료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관련법도 개정했다. 복지부는 의료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료의 근본 틀을 뒤흔드는 법 개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정부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의 하나로 의료 부문에 대한 산업화 관련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외국 환자 유치를 위한 민관합동 기구를 설립하는가 하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관광산업과 연계한 '헬스투어'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방 환자 흡수에 나선 서울 초대형병원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외래환자가 1만 명에 육박한다.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은 6천~7천여 명 수준이다. 대구의 대학병원보다 2~3배 많다. '빅4'라고 불리는 이들 병원들은 규모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1천 병상의 새 병원을 지었고,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병상을 증축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서울의 병상 규모는 2006년 말 적정 수요보다 7천199개를 초과했다. 그런데도 병상을 증축하는 것은 초대형병원들이 지방까지 잠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료기관 평가, 서비스 질 낮으면 도태
보건복지부가 종합전문요양기관(대학병원) 및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2004년 첫 실시한 의료기관 평가와 결과 발표는 제도의 미흡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평가 결과, 성적이 좋은 병원들은 이를 병원홍보에 활용했고, 성적이 낮은 병원들은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서비스 개선의 계기로 삼고 있다. 10월에도 대학병원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두 번째 의료기관평가가 실시된다. 이전에는 환자의 편의와 만족도를 뒷받침하는 의료서비스의 제공 절차 및 그 성과를 위주로 해 진료과정 등에 대한 환자 만족도를 결과 지표로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임상 수준이 평가에 포함된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은 "의료의 질적 수준을 집적 측정하는 지표를 도입해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질 개선을 유도하고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임상 질 지표를 도입했다."고 했다.
◆의사 권위 실추, 환자 권리의식 향상
"선생님은 사라졌고, 아저씨만 있다." 의사들, 특히 50대 이상의 의사들이 늘어놓는 푸념이다. 의사를 부르는 호칭이 '원장님', '선생님'에서 '아저씨'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일부의 사례에 그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의사의 권위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한 의학 정보의 공유, 의료기관과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료기관의 치열한 경쟁, 의료 소비자 의식 강화 등으로 인한 시대적 변화이다. 이런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원들은 서비스교육을 하고 환자권리장전을 만들고 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과거에는 진료비를 내고도 의사 앞에선 풀 죽었지만, 지금은 지불한 돈의 대가만큼 정당한 대접과 권리를 찾고자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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