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터] 이재화 에이원 대표

이재화 (주)에이원 대표가 도면을 펴놓고 직원들과 상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전국 여성경제인의 날에 모범여성경제인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이재화 (주)에이원 대표가 도면을 펴놓고 직원들과 상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전국 여성경제인의 날에 모범여성경제인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수십만 볼트의 고압전선과 항상 가까이 해야 하는 송·변전 건설공사업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탓에 남자들도 버거워하는 분야다. 하지만 이런 거친 분야에 과감히 뛰어든 여성이 있다. 전기공사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CEO로 인정받고 있는 이재화 (주)에이원 대표가 주인공. 지난달 열린 전국 여성경제인의 날에 모범여성경제인으로 대통령 표창도 거머쥐었다.

이 대표를 보면 '알파걸(남자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엘리트 여성)'이란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추진력과 경영 철학, 직원들 다루는 능력 등 어느 하나 남성들에게 빠지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그녀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올라 지금의 견실한 전기공사업체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그녀의 의지력과 성실함을 대변하고 있다.

"조그마한 전기업체의 경리로 시작해 전기공사업에 오랫동안 몸담다 보니 수많은 노하우가 쌓였고 그것이 큰 자산이 되었죠. 특히 사람 다루는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그녀가 전기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4년. 고교 졸업 후 대구의 천일전기회사에 경리사원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뒤이어 전기공사협회와 전기공사공제조합 등을 거치면서 전기공사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여성임에도 이런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아 1989년 제일전기(주)(현 (주)에이원) 이사로 발탁됐고 1995년 이 회사를 인수하고 비로소 CEO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항상 남자가 하는 일은 여자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IMF 당시 보증을 잘못 서줘 엄청난 빚을 지는가 하면 2000년엔 매출 1억 원도 못하는 수난 시대를 겪었다. 필리핀 철탑공사에 참여했다 5억 원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혀 굽히지 않았다. "공동 대표인 남편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저는 신용이 생명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도를 내지 않았죠. 어떠한 경우라도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경영철학이었죠. 주위에서도 저를 믿고 대출을 잘 해주었어요."

사업은 2003년부터 희망을 보이기 시작했다. 입찰이 있는 곳이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고 남편과 함께 며칠 밤을 새우면서 입찰 통계를 철저하게 분석해 입찰을 따냈다. 이 대표는 "남자들처럼 술 문화에 적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개인 공사보다는 입찰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실적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지난해엔 연매출 2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두 배가 넘는 5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공사 수주액도 1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전기공사업뿐 아니라 IT와 접목해 태양열 공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년, 20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회사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장차 실질적인 여성 기업인들이 많이 생겨 우리 같은 여성CEO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오도록 힘쓰겠습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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