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미래사회와 문화예술

이 시대,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화두는 '상상력'이다. 정보통신, 디지털, 지식기반, 혁신 등의 사회·경제용어들 사이로 어느새 '상상력'과 '창의력'은 마치 그 우위에 있는 개념처럼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해 주는 하나가 바로 '두바이의 신화'이다.

SF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메트로폴리스가 현실로 다가온 그 놀라운 '사건'은 자동차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누구든 간편하게 지상에서 바로 우주공간으로의 여행이 가능한 또 하나의 '미래 두바이'에 대한 상상까지도 부추긴다.

상상력, 그 원천의 샘은 어디에 있는가? 어린 시절, '바람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왜 자꾸 나를 따라오는지'가 참 궁금했다. 어느 미지에 거대한 바람 창고가 있고 그곳을 통해 '바람을 보내주는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년의 엉뚱한 상상들은 한글도 모르면서 드나들던 만화방 단골 시절부터 시작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장은 예능 분야의 사교육에서조차 주입식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교육을 예로 들자면, 귀를 열어주는 감성훈련보다는 아직까지도 화성악을 더 우선시한다. 음악을 듣고 감응하는 바가 있어야 악기든 성악이든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바야흐로 '문화와 예술'이 세상을 이끄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부차원에서도 문화기반 경영을 적극 권장해 각 지자체들에서도 문화예술 사업을 위한 심포지엄이나 포럼을 자주 마련한다. 그렇지만 어느 지역이나 관련 프로젝트들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디 워'에는 나쁜 이무기 '부라퀴'가 등장하는데 부라퀴는 순우리말로서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야무지고 암팡스러운 사람' 또 하나는 '이익을 위해 영악하게 덤비는 사람'이다.

어느 분야든 얼치기일수록 후자의 뜻을 가진 부라퀴가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범죄의 가능성을 미리 걸러내는 첨단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이 나온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때인 만큼 어쩌면 '얼치기-부라퀴'들을 필터링 해주는 '프리크라임'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만약, 앞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이상적인 교육체계와 제도의 정착이 가능해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가히 '프리크라임' 따위를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견고한 문화예술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전소연(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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