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중국산 식품을 위한 변명

미국 기자인 사라 본지오르니의 최근작 '메이드 인 차이나 없는 1년'이란 책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중국산 없이는 생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단다. 우리 자신이 실험해본다면? 슈퍼마켓이나 일반 시장에서 중국산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 국산만으로 일체의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문구류부터 장난감, 감자나 옥수수, 조기와 갈치, 오징어젓갈과 조개젓 등등 발 뻗지 않은 분야가 없다.

무엇보다 먹을거리가 문제이다. 중국산의 식탁 안전 위협으로 전 세계가 엄청난 우려와 걱정에 휩싸여있다. 베이징(北京) 시민들이 즐겨 사먹는 만두조차 '마분지 섞은 고기만두'였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쇼킹이고 엽기다. 아무튼 '불량국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불량식품도 끊임없이 확대발전해 나갈 것이다. 완전한 해결책은 요원하다.

중국산의 불안정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국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리자 중국정부는 급기야 지난주 금요일에 식품품질과 안정성에 관한 백서를 발표했다. 식품 생산과 질을 종합 평가하고 식품 안전에 관한 법제 시스템과 실질 행동 등 총 5개 항을 포함한다.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던지 방송이나 신문 잡지에서도 연일 식품 안전을 되뇐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들이 수십 년간 추진해온 현대화의 성과를 내외에 과시하고 또 다른 도약을 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량국가 이미지는 중국 정부로서도 곤혹스럽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꾀하고, 특히나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먹을거리에 관한 통제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우리가 충분히 믿어도 좋을 것이다. 테러 위협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안방의 밥상까지 침투하여 치유 불능의 사태를 빚어낼 수 있는 불량식품의 일상적 테러도 가공할 적들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칭다오(靑島)에 다녀왔다. 칭다오항 근처에는 '한국풍정가'란 입간판이 서있고 한국식간판이 즐비한 시장이 있다. '짝퉁시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한국으로 수출되는 농수산물, 특히 수산물을 관장하고 있다. 여기서 엄청난 양의 수산물이 인천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그 시장통에서 느낀 솔직한 심정은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다. 우리가 그런 식품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데 마냥 중국만을 비판하고 있어야 할까. 정당한 가격과 품질의 중국제품을 먹으면 안 될까. 중국제품도 두말할 것 없이 최고급에서부터 최저급에 이르기까지 층층시하다. 칭다오의 저잣거리에서 목격한 지저분한 풍경만이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의 10% 미만의 최고 상층부는 엄청나게 비싼 먹을거리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의 먹을거리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달리 보면 싸구려만을 수입해 배를 불리는 업자들의 농간부터가 문제다.

세상에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정치의 계절인지라 만나는 이들마다 대권 향배를 걱정하고, 주가의 급등과 급락에 일희일비하지만 그 누구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누구는 '빈자의 밥상'을 강조하고, 유기농을 당연시하며, 유전자 조작 콩의 가공할 공포를 암시한다.

거대시장 중국의 값싼 먹을거리를 막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신자유주의 무역거래의 피폐상에 관해 총론이든 각론이든 반론도 자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의 식탁 안전을 위해서라도 밀려들어 오는 중국산 식품에 관한 안전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중국의 중산층 이상이 먹는 어느 정도 수준의 먹을거리조차도 한국산에 비하면 비할 바 없이 싸다. 그런데 우리의 중국 수입식품은 어떤 경우에는 차마 인간이 먹을 것이 못 된다. 설렁탕용으로 신선한 재료를 수입해다 써도 충분히 이윤을 남길 터인데 통조림을 그대로 내놓고 있다.

일본을 보자. 종자 선택부터 재배시의 농약 사용, 포장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감시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중국 불량식품 자체가 문제겠지만, 싸구려만 들여다가 높게 팔아먹으려는 우리의 시스템부터가 문제이다. 세상이 아무리 불안하고 어지럽다고 한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쳐서야 되겠는가.

정치의 계절, 국민들의 가장 소중한 일상의 삶이자 건강의 결정적인 버팀목인 먹을거리에 관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와 변화를 꾀할, 그런 정치지도자는 왜 없을까. 주부들이 차라리 밥주걱 들고 길거리에서 시위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후세대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밥상머리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이라크의 안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밥상머리의 안전도 대단히 중요함을!

주강현(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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