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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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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제경제 체제였던 소련은 거대하지만 구제불능인 하나의 공기업이었다. 이를 비꼬는 이야기가 있다. 소련의 한 못 공장에 한해동안 못 3천톤을 생산하라는 당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 공장은 주저하지 않고 1톤짜리 못을 3천개를 만들어냈다. 이는 좀 나은 편이다. 같은 명령을 받은 다른 공장은 10톤짜리로 3백개를 만들었다. 3천톤이라는 명령만 따르면 되니까. 과장된 얘기이지만 이 이야기는 소련경제가 비효율의 극치였다는 비유로 서구사회에 널리 회자됐었다.

실제로 있었던 얘기도 있다. 바로 '모스크바의 살수차'다. 소련 공산당은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모스크바를 서구 방문객들에게 깨끗한 도시로 보이도록 살수차를 많이 운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물을 뿌려댔다는 것이다. 살수차 운전사는 물을 뿌리지 말라는 당의 명령이 없는 한 물만 뿌리면 됐다. 게다가 명령도 없는데 물을 뿌리지 않았다가는 '반동'으로 몰릴 위험도 있었다!

페레스트로카로 소련의 개혁에 나섰지만 실패한 고르바초프는 이러한 소련사회의 적폐를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우리 사회에는 실업이 없다. 게으르거나 직장 규율을 잘 지키지 않아 해고당한 사람들에게도 다른 직장을 준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거나 무능한 사람도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급료를 받는다. 우리는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사회주의의 이점을 악용하는 악질적인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한탄은 오늘 우리 공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5천2백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직원당 평균 4백만원씩 모두 1천2백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도로공사의 강심장을 보면 소련이 왜 망했는지 실감이 간다. 좀 과장해서 소련의 축소판이 우리 공기업이라고 해도 별로 할말이 없을성 싶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경영평가에서 꼴찌를 하거나 적자가 나도 최소한 200%의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이다. 결국 철도공사의 도덕불감증, 더 정확히는 국민이 더 저렴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의 도둑질을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라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지난 4년간 무려 4만8천명의 공무원을 늘린 것도 모자라 임기를 6개월 남겨두고 1천명을 더 늘리겠다는 현 정부이고 보면 역시 초록은 동색인 모양이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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