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79세로 죽은 데이비드 하퍼라는 할아버지가 1천300만 달러(당시 약 150억 원)의 재산을 애완 고양이에게 남겨 세상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벼락 맞은 그 고양이를 어지간히 부러워했을법하다.
최근 87세로 죽은 리오나 헴슬리라는 미국 뉴욕의 억만장자 할머니가 애견에게 1천200만 달러(약 115억 원)를 유산으로 남겨 또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네 손자 중 두 손자에겐 고양이의 절반도 안 되는 유산을, 나머지 두 손자에겐 아예 한 푼도 안주었다. 악명 높은 거부의 엽기 유산이라는 점에서 세인들의 입방아가 바쁘다.
부동산 부자 남편이 죽은 뒤 거액의 유산을 차지했던 리오나는 뉴욕에선 그녀의 땅과 건물을 지나지 않고는 걸어다닐 수 없다할 만큼 엄청난 부호가 됐다. 2007년 경제전문잡지 '포브스' 선정 세계 369번째 거부. 그럼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 따위는 아예 없다. 심술 가득한 얼굴에 안하무인이며, 자선엔 인색하기 이를데 없고 직원들에게도 잔인했다는 세평이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잔인한 여왕'이었을까. 그녀의 옷차림은 언론의 조롱거리였고 말은 코미디의 단골소재가 됐다 한다. 뉴욕 시민들의 인기도 조사에서도 해마다 시쳇말로 '비호감' 부문 1등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미움을 받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인 바바라 켈러먼도 저서 '배드 리더십(Bad Leadership)'을 통해 7가지 유형의 배드 리더십 중 리오나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더불어 무감각 유형의 대표 사례로 꼽기도 했다.
리오나는 뉴욕의 고급 아파트 한 채보다 더 비싼 약 140만 달러짜리 초호화판 무덤에 묻혔다. 죽어서도 세상의 우스갯감이 되고 있다. 40억 달러의 유산 중 유언장에서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대부분은 자선단체에 기부됐다는데 생전에 자선단체 기부를 명시했더라면 사후 좋은 소리 한마디라도 들었을 텐데….
필요 이상의 富(부)는 물이 흘러넘치는 물동이에 부어지는 물만큼이나 무용하다 했던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의 경구를 떠올려 본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좋지만 유산을 어떻게 잘 남기느냐도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리오나가 反面(반면)교사로 보여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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