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영어 알파벳도 몰랐어요. 그래도 이젠 암기과목은 해볼 만한데 고등학교 영어 수학은 정말 어렵네. 역시 공부는 때를 놓치면 어렵다는 걸 알겠어요."
공부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중학교 입학 국가검정고시 합격, 그 후 3개월 만에 다시 고입 국가검정고시까지 합격한 이종웅(71·구미시 형곡동) 씨. 이 씨의 늦깎이 공부성공이 구미지역에 화제가 되고 있다.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치던 이 씨가 설득 끝에 "어릴 때 머리 좋다는 소리는 들었는데…가난해서 중학교를 못 간 것이 한스러워 이제라도 중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지요."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2월 어느 날 구미교육청에 찾아가 장학사에게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니까 나도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요구했다. 난감해 하던 장학사는 "정식학교는 이미 배정이 끝났다."며 형곡동에 있는 야학인 '구미상록학교'를 추천했다. 그러나 분명히 1950년 인동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졸업 서류가 없어져 졸업인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초교 졸업 인증 과정부터 시작했다.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공부를 끝내고 오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가까운 주위 사람들도 이 씨가 야학에서 공부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뒤이어 고입검정고시에 도전, 또 석 달 만에 거뜬히 합격,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씨는 31일부터 대입검정반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 첫날 맨 끝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오늘 고등학교 공부를 처음 해 보는데 영어단어와 수학의 어려운 기호는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생이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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