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급구! 간호사…중소병원들 인력 못구해 병실 축소

야근 내세우면 이력서조차 '감감'…인력 빼가기·인건비 상승 악순환

중소병원들이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 부족으로 병실을 줄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간호사 부족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일정 규모의 중소병원에 한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를 맡을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구 동구 A병원은 지난해부터 간호사들이 서울의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으로 이직이 잦지만 부족한 인원을 제때 충원하지 못해 병실을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 A병원 원장은 "간호사들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은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근무를 선호해 간호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다른 병원들도 병동을 축소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달서구 B병원도 간호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숙련된 3~7년차 간호사들이 대형병원이나 임금을 더 주는 신규 병원으로 옮겨가는 일이 생기고 있기 때문. 이 병원은 이직을 줄이기 위해 2년 동안 간호사 임금을 3차례나 인상했지만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 신규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간 근무나 병동 근무 조건을 내세우면 이력서조차 내지 않는다는 것. B병원 원장은 "간호사를 필요로 하는 중소병원은 많고 일할 간호사들이 적다 보니 간호사 이직, 병원 간 간호사 서로 빼가기, 인건비 상승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가 전국 회원 병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병원의 92.3%가 간호 인력난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5.7%는 간호사 부족으로 병동을 축소한 경험이 있고, 23.5%는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아예 병동을 폐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구 대구·경북병원회 총무이사는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 현상은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은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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