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고기집 "착한 가격에 맛은?"

◇ 미국산 소고기 전문점 - 1인분 8천 원

최근 개업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았다. 원목 느낌을 주는 내장재로 인테리어를 한 덕분에 상당히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이블마다 허리 높이 정도의 별도 칸막이가 있어서 아늑한 분위기에서 가족 외식을 하기에도 적합했다.

현재 제주도산 돼지고기(삼겹살, 항정살)를 주 메뉴로 하고 있으며, 미국산 소고기 갈비살과 소갈비찜, 매운 갈비탕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곳 주인은 "올해 외식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소고기 전문점'이고, 조만간 미국산 소고기가 전면 수입되면 그만큼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에 장기적으로 소고기 손님을 겨냥해 고급 분위기를 냈다."고 말했다. 가게 입구에는 고기를 진열해 둔 냉장고가 있어서 손님들은 육부장(고기를 다루는 사람)이 직접 고기를 써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고기가 나오기 전 상차림은 매장 분위기만큼 정갈하다. 신선한 샐러드와 쌈 야채가 눈길을 끌었고, 새콤하게 잘 익은 물김치는 싱겁지도 짜지도 않게 적당했다. 딤섬과 버섯튀김은 금방 만들어낸 것처럼 따뜻하고 아삭아삭한 맛을 냈다. 나물이며 김치 등 기본 반찬도 도자기 그릇에 깨끗하다.

접시에 동그랗게 모양을 내서 담아낸 갈비살은 마블링도 선명하고 고르게 분포돼 첫 눈에 맛갈스레 보였다. 고기는 숯불 위에 얹은 불판에서 구웠다. 뜨겁게 단 불판에 고기를 얹은 뒤 한번 육즙이 올라오면 다시 뒤집어서 육즙이 마르기 전에 먹는 것이 소고기를 맛있게 먹는 비결. 첫 맛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예상과 달리 누린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질긴 느낌도 없었다. 쫄깃쫄깃한 육질이 살아있었다. 1인분(100g)에 8천 원이라는 가격대에 비해 품질은 상당히 뛰어난 편. 하지만 냉동육을 쓰다보니 마지막에 서걱거리는 느낌은 남았다. 아울러 한우 고유의 구수한 맛이 끝에 남지 않았다.

◇ 호주산 소고기 전문점 - 1인분 4천 원

원래 호주산 소고기는 미국산에 비해 비슷한 등급일 경우 20% 가량 비싼 편에 속한다. 한국 시장을 겨냥해 완전 방목 대신 도축 전 일정기간에 걸쳐 곡물 사료를 먹이는데, 이 기간이 길수록 값도 비싸진다. 곡물 사료를 먹인 기간이 길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마블링도 훨씬 많아진다. 반면 방목을 위주로 사육한 소고기는 특유의 누린내가 나고 다소 질긴 느낌을 준다.

기자가 찾아간 저가형 소고기 전문점은 한마디로 막창집 분위기와 비슷하다. 둥그런 철판 테이블에 등받이가 없는 원형 의자를 두었다. 공기밥과 된장찌개도 식사로 제공하지만 주메뉴는 소주를 한 잔 하며 안주 삼아 먹을 수 있는 소고기 갈비살과 양념갈비 등이다. 별다른 반찬은 없다. 마요네즈로 드레싱을 한 샐러드와 김치, 계란찜, 야채 등이 전부다. 가격이 워낙 싸다보니 손님들은 제법 찾는다고 주인은 전했다. 저가형 소고기집은 숯불에 직화로 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해야 특유의 누린내를 없앨 수 있기 때문. 주인은 "가격에 비해 숯불을 피우는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잡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에 숯불 직화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갈비살은 냉동육을 녹여서 썰다보니 접시에 육즙이 배어나왔다. 선홍빛을 띤 고기에는 간간히 힘줄이 보였다. 하지만 숯불에 구워먹는 맛은 상당히 좋은 편. 어떤 고기는 상당히 부드러웠지만 어떤 고기는 약간 질긴 느낌을 주었다. 미국산만큼 육즙이 풍부하지는 않았다. 마블링이 별로 없는 탓에 고기를 구웠을 때 기름기가 배어나오지 않아 다소 터벅거리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직화를 한 덕분에 누린내는 민감한 사람이 아니면 별로 느낄 수 없을 정도. 차돌박이와 비슷한 소고기 삼겹살은 술 안주로 적합했다. 얇게 썬 삼겹살은 오히려 갈비살보다 조금 더 냄새가 났지만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은 더 좋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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