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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행복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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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얼까. 얼마 전 호주의 행복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호주 응답자의 33%가 '아기'를 꼽았다. 그 다음이 가족과 친구(28%), 애완동물과 동물(22%) 순이었다. 돈이나 富(부)라고 답한 사람은 가장 적은 6%에 그쳤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대로 되묻는다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요즘 사회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선 '돈', '미모'가 1, 2순위를 다툴 것 같다. 천륜의 부모자식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동고동락하겠노라 맹세한 남편과 아내도 돈 앞에서는 돌변할 만큼 괴상망칙한 세상이 됐다. 웬만한 잘못도 얼짱·몸짱이면 이해되고 용서되는 세상이다.

위클리 조선의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한 사람' 조사에서 8월의 주인공에 '마린 보이' 박태환이 1위로 뽑혔다. 2위는 서울역 앞에서 우동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고 지난달 타계한 김복순 할머니, 3위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히어로 윤은혜에게 돌아갔다. 앞서의 행복 메이커들로는 축구 선수 박지성, 뇌사 상태에서 14명에게 장기를 주고 숨진 무명의 천사 주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 모은 20여억 원의 재산을 기부한 송부금 할머니 등이 있다.

'천상의 목소리'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눈을 감은 그날, 한 지인은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너무나 좋아하는 예술가가 영원히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 아파서 눈을 붙일 수 없더라고 했다. 아마 전세계의 수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파바로티야 알 리 없겠지만 이들에겐 파바로티의 존재 그 자체가 행복의 주요 원천이었을 테니까.

행복메이커들에겐 다른 사람의 가슴 속을 환하게,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공통점이 있다. 딸깍, 백열등 스탠드가 켜지는 순간 곱고 따스한 불빛이 어둠 속으로 번져나가는 것처럼.

그러나 그들이 설렁설렁 행복메이커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 매번 혹독한 고통의 터널을 뚫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과정에서 얻은 결정체가 빛을 발하고 향기를 퍼뜨릴 때 느닷없이 우리가 행복해진다. 값없이 얻는 선물 아닌가.

일상의 사소한 것들도 행복메이커가 될 수 있다. 아침마다 새로 피는 파란 나팔꽃, 가을 내음 실어오는 바람결, 아기의 옹알이, 갓 구워낸 빵…. 찾을 마음만 있다면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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